미 대법원, 49년만에 낙태권 보장 판례 공식 폐기

미국 연방대법원이 24일 ‘토마스돕스 대 잭슨여성보건기구’ 사건에서 대법관 찬성 6, 반대 3으로 미시시피주의 ‘임신 15주 후 낙태금지법’에 손을 들어줬다. 낙태 합법화를 가져온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폐기한 것이다.

낙태에 대한 헌법상의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앞으로는 각 주 정부와 주 의회가 낙태권 존폐를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앨라배마주와 오클라호마주, 아칸소주, 켄터키주 등의 병원에서는 대법원 판결 직후 임신 중절 수술을 속속 중단했다. 대법원 판결과 동시에 자동으로 낙태를 불법화하는 이른바 ‘트리거(방아쇠) 조항’이 적용된 곳이 대부분이다. 아이다호주와 테네시주, 텍사스주에선 30일 뒤부터 낙태가 금지된다.

미주리, 루이지애나 등 일부 주는 대법원 판결 직후 낙태가 불법이라고 선언했으며,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26개 주가 사실상 낙태를 금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73년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에서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 권리에 포함시켰고, 주정부의 낙태 제한 권한은 약화되었다. 또 법원은 1992년 ‘가족계획연맹 대 케이시’ 사건에서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있기 전의 낙태를 허용하며 다시 한번 낙태 권리를 강화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앞으로 불법 낙태시술이나 임신중절이 가능한 알약 밀거래가 성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WP는 대법원 판결 직후 일부 병원들은 낙태를 허용하는 다른 주의 클리닉 목록을 배포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기업들은 낙태 원정 시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애플과 아마존, 스타벅스,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속속 낙태 지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국제 사회도 이번 판결 논란에 가세했다. 프랑스와 캐나다 등은 “인권의 후퇴”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낙태는 모든 여성의 기본 권리로 반드시 보호돼야 한다”고 썼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미국에서 전해진 뉴스는 끔찍하다”고 했다. 반면 교황청은 이번 판결을 환영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은 “오랜 민주주의 전통을 지닌 나라가 이 문제(낙태)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는 것은 전 세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2018년 필 브라이언트 미시시피 주지사는 낙태 금지 기준을 기존 ‘임신 20주 후’에서 ‘15주 후’로 변경하는 하원법안 1510호(HB 1510)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산모의 생명을 위협하는 의료 응급 상황 또는 심각한 태아 기형으로 인한 낙태는 면제했으나, 강간 또는 근친상간은 제외했다.

그러자 이 법안은 낙태를 합법화한 ‘로’에 대한 도전의 서막이 되었다. 법안 통과 후, 미시시피주 낙태 시술업체인 잭슨여성보건기구는 주정부 보건책임자인 토마스 돕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12월 연방 제5항소법원은 하급심을 지지하며 미시시피주 법에 영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돕스는 이 사건을 연방 대법원에 항소했고, 2021년 5월 법원은 심리에 합의해 12월 양측의 구두 변론을 심리했다.

지난달 2일에는 사무엘 엘리토 대법관이 쓴 소송 판결문 초안이 유출되어 정치 보도전문 매체 ‘폴리티코’를 통해 보도되자 논란의 불씨를 당겼다.

당시 의견서는 대법관 찬성 5, 반대 4로 49년 만에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할 것을 제안했고, 낙태 금지 여부는 주 정부에 결정 권한을 주는 것을 골자로 했다.

낙태권 허용 판례를 뒤집은 미국 대법원의 판결 후 미 전역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는 시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위대는 미국이 퇴보하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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