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에서 15일, 불법체류자에게 최대 7년간 합법적인 체류 신분을 부여하는 초당적 이민개혁 법안인 ‘존엄법안(Dignity Act)’이 공식 발의되었다. 공화당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플로리다) 의원과 민주당 베로니카 에스코바르(텍사스) 의원이 공동 발의한 이번 법안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서류 미비 이민자들에게 일정 요건 하에 미국 내 합법 체류와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경 보안 강화 조치도 병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2021년 7월 4일 이전부터 미국 내에 불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던 외국인 중 형사범죄 이력이 없는 이들에게 적용된다. 해당 이민자들은 ‘존엄 프로그램’이라는 신분을 통해 최대 7년간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을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대상자들은 총 7,000달러의 ‘복구 비용’을 분할 납부해야 하며, 연방정부로부터는 어떠한 복지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또한 시민권 신청 자격도 부여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는 첫 연도 신청 시 $1,000, 이후 매 2년마다 최소 $1,000씩, 총 $6,000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또 복구비와 별도로, 신청자는 매년 임금의 1%를 고용주의 세금처럼 자동 징수 방식을 통해 납부하게 된다. 이 기부금은 국경 안전 및 미국인 직업훈련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된다.
‘존엄법안’ 신청자는 철저한 신원 조회를 거쳐야 하며, 범죄 이력이 있는 경우 프로그램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안은 또한 국경 관리 강화를 위한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는 국경 장벽 확충, 전자 고용인증 시스템 전국 의무화, 불법입국자 및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그리고 서류 미비 망명 신청자들을 별도로 수용하기 위한 ‘인도적 캠퍼스’ 설치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재정은 세금이 아닌 신청자 부담의 수수료와 복구 비용을 통해 조달되며, 미국 납세자에게 추가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법안을 발의한 살라자 의원은 “불법체류자에게 무조건적인 사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전제로 한 합법 체류 기회를 부여하자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미국 경제에 필수적인 노동력을 보완하면서 국경은 강력히 지키는 균형 잡힌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법안은 농업과 건설, 서비스 산업 등 불법체류 노동자에 의존하는 산업계의 인력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강경파는 이를 ‘사면 조치’로 간주하며 반대하고 있으며, 민주당 일각에서는 복지 배제 및 시민권 제한 조항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존엄법안’는 하원 심의를 거쳐 상원 통과 및 대통령 서명 절차를 거쳐야 최종 법률로 제정될 수 있다. 이민 개혁에 대한 오랜 교착 상태 속에서, 이번 법안이 초당적 합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