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원이 12일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이만희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교주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단 종교 전문가와 신천지 피해자들은 법원의 이런 결정이 신천지 신도들의 사기 진작으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김미경 부장판사)는 이날 전자장치 부착, 주거지 제한, 보석보증금 1억원 납입을 조건으로 이 교주의 보석신청을 허용했다. 지난 9월 18일 변호인을 통해 보석을 신청한 지 두 달여 만에 요청이 받아들여 진 것이다.
신천지 측은 즉각 홈페이지에 “법원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보석 이후에도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이란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에 신현욱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구리상담소장은 “이 교주의 보석을 위해 합심 기도까지 해 온 신도들에게는 마치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같은 느낌일 것”이라며 “신도들은 그동안 이 교주가 무죄라 생각해 온 만큼 이번 보석이 무죄 판결로 이어지는 순서라 생각해 무척 고무됐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이 교주의 보석 결정은 신도들에게 사기진작의 효과가 있다”며 “신천지 지도부에선 이를 재판이 마무리될 때까지 십분 활용하려 들 것”이라고 봤다.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신강식 대표)도 이날 낸 의견문에서 신 소장과 같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신강식 대표는 “피해 가족들은 이 교주의 보석 결정으로 신천지 인들이 혹여 이 교주가 승리했다며 종교사기의 헛된 망상으로 더 깊이 빠져들어 갈까 다시금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신천지 신도들의 피 같은 헌금으로 산 거대 로펌의 비호로 37년간의 불법과 종교 사기행각이 정의의 심판을 모면하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신천지와 이 교주에 대한 고발 건에 대해 성실히 임한 검찰과 이 교주를 구속해 재판을 진행한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이후 재판에서 지파장을 비롯한 신천지 지도부들의 불법과 횡령이 드러나 종교 사기 집단 신천지가 뿌리 뽑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이 교주의 보석을 허가한 것은 그동안의 증인신문 등으로 어느 정도 증거를 확보한 만큼 이 교주의 증거 인멸 우려가 적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단·사이비종교 연구소 현대종교(탁지원 소장) 법률고문 김혜진 변호사는 “그동안 증거 확보를 위해 가급적 보석을 허가해주지 않다가 이제는 어느 정도 증거 수집이 됐기에 허가해준 것이 아닐까 한다”며 “고령인 데다 건강문제를 호소하는 이 교주에 대한 보석을 미루다 자칫 이 교주의 병세가 심해지면 법원이 갖게 될 위험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원도 “주요 증인에 대한 증인신문 및 서증조사 등 심리가 상당한 정도로 진행돼 증거인멸 우려가 크지 않다”며 이 교주의 보석을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 교주는 오는 16일 공판부터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이만희(89)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에 대한 법원의 보석허가 결정에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 측은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회장은 이날 오후 수원구치소를 나와 자신의 거처로 이동했다.
신강식 전피연 대표는 12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씨 고발 건에 대해 그동안 재판을 진행한 재판부에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이씨 본인이 영생한다면서도 재판 중에 감방생활이 힘들다고 병원을 다니고 ‘자살하고 싶다’는 등 언론보도를 접하고 실소 금치 못했다”고 했다.
이어 “가정과 가족의 인생이 파탄 나버린 피해 가족들은 이씨의 보석허가 결정으로 신천지나 이씨가 승리했다는 등 헛된 망상으로 더 깊이 빠져들까봐 다시금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며 “종교 사기행각이 정의의 심판으로 모면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후 재판에서 이씨의 모든 혐의가 드러나 신천지가 뿌리 뽑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수원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김미경)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보석신청을 인용했다. 다만 주거지 제한과 전자장치 부착, 보석보증금 1억원 납입을 조건으로 달았다.
기사제공: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