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인근 사막 동굴에서 1900여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성경 사본 조각 등을 찾아냈다고 ‘타임즈오브이스라엘’과 ‘쥬이시프레스’ 등 현지 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성경 사본 조각은 예루살렘 남부 ‘유대 광야’(Judean Desert) 동굴에서 발굴됐다. 20여개의 양피지 조각에는 구약성경 소선지서 스가랴서 본문(8:16~17)과 나훔서 일부 구절(1:5~6)이 그리스어로 적혀 있다. 내용 중 하나님의 이름은 고대 히브리어로 적혀있다고 이스라엘 문화재청(IAA)은 밝혔다. 그러나 하나님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스가랴서와 나훔서에서 주로 쓰인 히브리어 하나님 이름은 ‘야훼’(YHWH)이다.
발굴팀은 이 조각들이 로마제국에 대항한 유대 항쟁 운동인 ‘바르 코크바의 반란’(132∼135년) 당시 이 동굴에 숨겨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란은 제3차 유대-로마 전쟁으로도 불린다. 로마의 5현제 중 한 명인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130년 유대 지방을 방문해 몇 가지 정책을 펴 유대인들의 분노를 샀다.
아일리아 카피톨리나라는 도시를 예루살렘 북쪽에 건설해 10군단을 상주시켰고, 유대인에게 할례를 금지했다. 또 70년 예루살렘 함락으로 무너진 예루살렘 성전 자리에 로마의 신 유피테르 신전을 건축했는데 이 같은 조치들이 유대인들의 반로마 항쟁을 촉발했다. 성경 사본이 발견된 동굴은 당시 유대인들이 로마군의 공격을 피해 은신했던 장소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사해(死海) 서쪽 동굴에서 발굴된 구약성경 사본과 유대교 관련 문서들은 ‘사해문서’(Dead Sea Scrolls)로 불린다. 일명 ‘사해 두루마리’라고도 하는데 1947년 쿰란 동굴에서 발견한 사해사본이 가장 유명하다. 이후 1950년대까지 발견된 사해사본은 히브리어 성경 전체가 거의 완전하게 보존된 가장 오래된 사본으로 사료적 가치가 높다. 사해 사본이 기록된 연대는 기원전 3세기부터 1세기경으로 추정된다.
학자들은 이번에 발견된 그리스어 성경 사본 조각이 구약성경의 그리스어 번역 성경인 ‘70인역’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발견된 성경 사본에 쓰인 단어들을 70인역에 사용된 단어와 비교·분석해야 하고, 만약 차이가 있다면 그리스어를 다시 히브리어로 번역해 마소라 본문과 대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후구 서울장신대(성서고고학) 교수는 17일, “쿰란 문서 안에는 히브리어 성경 사본뿐 아니라 헬라어(그리스어) 사본도 존재했다”며 “이는 당시 유대 사회가 히브리어와 아람어, 헬라어를 공통으로 사용하는 그리스·로마 문화의 영향 속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사해문서가 발견된 동굴은 1960년대 발굴 과정에서 40여 구의 유골이 한꺼번에 발견된 뒤 ‘공포의 동굴’로 이름 붙여졌다. 밧줄을 타고 절벽을 80m가량 하강해야 동굴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도굴범들에 의한 피해를 막았던 요인으로도 보인다.
발굴팀은 성경 사본 이외에도 1만500년 전 것으로 추정되는 완벽한 형태의 바구니와 6000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라화한 6~12세 추정의 여자아이 사체, 유대인 저항의 상징인 하프와 종려나무 모양이 새겨진 동전 등도 찾아냈다.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