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행정부 국경단속 강화는 그대로, 국내 이민개혁은 박차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7개월이 지났다. 그는 선거 당시 트럼프 행정부 시절의 반이민 정책 철폐 및 인도적 이민정책을 약속했으나, 현재 바이든 이민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불법이민자들은 여전히 국경으로 몰려들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모든 망명 신청자들을 받아들일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내 거주하는 1100만여명의 서류미비자들은 일단 이민국 단속의 공포에서 벗어났다.

 최근 에스닉미디어서비스(EMS) 기자회견에 참석한 국경정책, 이민법률 및 정책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민개혁을 준비하고 있으나, 한편으로 전 정권의 강경 이민정책 일부를 고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비영리단체 ‘알 오트로 라도’ (Al Otro Lado) 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망명 신청자들을 돕고 있다. 이 단체의 국경 인권 프로젝트 국장인 니콜 라모스는 “바이든 행정부의 국경 관리 정책은 실패하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에서 남겨둔 수많은 문제가 쌓여있다. 특히 MPP 문제 해결은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MPP 프로그램은 ‘멕시코에 남아있어라’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 정책은 북부 삼각지대, 쿠바, 기타 여러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서 온 망명 신청자들은 심사를 받을 때까지 미국 밖에 머물러있으라는 정책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즉시 이 정책을 중단했다. 그러나 아직 이 정책의 영향을 받는 7만여명의 망명 신청자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신청서는 매우 느리게 처리되고 있다.

 라모스 국장은 “이 숫자에는 이민 판사에게 사건 종결 명령서를 받지 못한 사람, 법정에 출석할 수 없는 사람, 납치된 사람, 궐석재판에서 추방명령을 받은 사람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ICE 변호사는 개별 케이스를 재개하기보다는, 모든 케이스를 한꺼번에 재개하려함에 따라 멕시코에서 있는 사람들은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라모스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 42항에 따라 국경순찰대가 “매우 우려할만한 빈도로” 부모없는 어린이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42항은 잠재적 공공보건 문제를 지닌 사람들의 입국을 금지하는 조항이다. 지난 7월까지 20만명이 국경에서 이 조항에 따라 입국을 거부당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가 현재 이 조항에 대한 위헌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라모스 국장은 “코로나19에 따른 공공보건문제를 이유로 삼는다면 이민자 뿐만 아니라 미국 시민권자의 입국까지 금지해야 한다”며 “42조로 인해 입국이 거부된 사람들 상당수가 미국 또는 외국에 거주하는 가족에 대한 납치, 협박의 피해자, 또는 최근 증가하는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 희생자”라고 설명했다.
 
라모스 국장은 심각한 부상으로 치료를 요하는 이민자가 42조에 따라 추방된 사례, 아기를 출산 후 멕시코로 추방된 어머니의 사례, 멕시코,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에서 온 산모들이 미국에서 출산 후 아이들과 함께 국경 밖으로 추방된 사례 등을 소개했다. 또 부모가 없는 아동 이민자들은 멕시코 티후아나 인근의 텐트 집단 수용소에 수용되는데, 이곳은 조직범죄단의 관리를 받고 있다.

라모스 국장은 “국경수비대는 현재 이민자들의 법적 권리를 위한 모든 조치에 저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은 모든 이민자들을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으로 간주하는 문화가 있다”고 말했다.

 ICE 단속 최우선 순위
 국경 지역의 가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내의 이민 정책은 호전되는 것으로 보인다. 뉴욕대학교 로스쿨 이민정책연구소(MPI) 선임연구원이자 국장은 무자파 치스티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열정적으로 이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6개월만에 155개의 행정명령을 발령했는데, 이중 절반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는 것이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4년간 총 450건에 비교해도 많은 숫자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내렸던 모든 입국 금지령 해제, 국경 장벽 건설 중단, 센서스 조사 중 서류미비자 조사 중단, 라이베리아 인에 대한 추방유예 조치 재개, DACA(아동 이민자들의 추방유예 조치) 재시행 및 적용대상 확대 등의 조치를 내렸다.

 치스티 소장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일부 국적 이민자들에 대한 임시보호신분(TPS)을 복구했으며, 베네주엘라인 75만명의 임시보호신분을 승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입국 가능한 난민 숫자를 6만2000명으로 늘리고, 가정폭력 또는 조직폭력 피해자들을 망명신청자로 인정했다.
 
치스티 소장은 “무엇보다 주목할만한 점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파격적인 이민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이라며 “이중에는 1100만명 서류미비자의 시민권 취득 허용, 가족, 취업이민 신청서 적체현상 해소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연방의회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공화당은 국경 보안이 보장되지 않는 한 절대 협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민개혁법안이 통과되려면 공화당 의원 최소 10명의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민의 60%가 이민자들이 미국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 국내 차원에서 볼 때 ICE는 현재 미국에 입국하는 이민자 단속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MPI예측에 따르면, 미국내에 있는 78%의 서류미비자들은 추방당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치스티 소장은 “구치소 수감중인 이민자의 숫자, 특히 가족단위 수감자가 줄고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는 가족단위 이민자들은 평균 60일 구치소에 수감됐지만, 현재는 하루 정도면 석방된다”고 말했다.

 이민적체 심각
 워싱턴DC의 로펌 베나치 콜로피의 변호사인 아바 베나치는 연방법원에서 추방재판을 전담하고 있다. 베나치 변호사는 “바이든 취임 후 이민변호사들은 잘됐다는 분위기”라며 “몇년간 이민단속 소문에 떨고 있던 이민자 커뮤니티도 안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나치 변호사는 “현재 미국내 이민단속은 없으며, 범죄를 저질러 체포되지 않는 한 두려워할 것은 없다고 고객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며 “자격요건을 갖춘 경우 이민사건 재신청, 구원 요청 등의 절차를 통해 고객들을 도울 방법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 당시에는 이민 사건을 연방법무부가 좌지우지했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판사들이 행정적으로 사건을 종료하거나 서류를 좀더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가족 및 취업이민 신청서 정체상태는 여전하며, 이에 따라 인도, 중국, 필리핀 이민 신청자들은 가족들을 미국으로 불러오려고 10여년 이상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베나치 변호사는 “이민신청서 적체 현황은 매우 복잡한 문제다. 매년 상당 숫자의 영주권이 사용되지 못하고 폐기된다”며 “이민신청서 적체로 이민자들은 직장을 옮기지 못하고, 이사도 못가며 초조하게 기다리는 신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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