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미국은 국경 인근 난민 문제, 이른바 ‘캐러밴’ (caravans)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수십 년간 라틴 아메리카는 미국의 외교 정책 사고의 변방에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이민 패턴, 기후 변화, 광범위한 사회 운동 등 다양한 변화들로 인해 대륙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 LA에서는 중남미 지역 21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미주정상회의’ (Summit of the Americas)를 개최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불법이민 및 국경 난민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 강구다.
미국 등 20개국 정상은 LA 이민안전을 위한 선언(Los Angeles Declaration on Migration and Protection)에 합의했다. 이 선언은 이민자 및 난민들에게 합법적인 입국기회를 넓히며, 이를 실시하는 국가들에게 재정지원을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경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와 20개국 정상이 합의한 바는 크게 3가지이다. 첫째, 이민자 및 난민을 수용하는 국가 및 커뮤니티 지원, 둘째, 이민자 및 난민들에게 망명 또는 일시 체류 신분(Temporary Protected Status)을 통한 합법적인 입국기회 제공, 셋째, 국경 입국절차의 인도적인 시행이다.
그러나 28년만에 미국에서 열리는 미주 정상회의가 ‘반쪽짜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쿠바·니카라과·베네수엘라 정상을 독재자라는 이유로 미주 정상회의 초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에 반발한 멕시코·볼리비아·온두라스 등도 불참을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도미노 불참’은 미국의 영향력 축소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민 정책 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의 아리엘 루이즈 소토(Ariel Ruiz Soto) 정책 분석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130만명의 난민이 미국 국경에 도착했다. 이들 난민의 과반을 넘는 61%는 멕시코,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중남미 출신이라고 밝혔다.
루이즈 소토는 “최근 몇 년간 이주민 통제가 이 지역 전역에서 더욱 폭력적으로 변했음을 보여줬다”며 “이주민 흐름의 인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비영리 글로벌 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의 테드 루이스(Ted Lewis) 소장은 “멕시코의 부재는 미국으로부터의 멕시코의 “전통적인 외교 정책 독립”을 재확인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동시에 루이스는 멕시코의 현재 이민 정책이 “공산주의와 마약 전쟁”이라는 좁은 렌즈를 통해 중남미 국가를 공산주의와 마약 전쟁(communism and the drug war)의 소굴로 간주하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루이스는 “그동안 중남미 사람들을 ‘라티노’로 싸잡아 부르며, 저임금 노동자, 서류미비자, 마약 카르텔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붙여왔다”며 “이것은 미국의 당파적인 정치적 분열에서 비롯된 관점”이라고 전했다.
스페인어 뉴스 사이트 페닌슐라 360(Peninsula 360)의 마누엘 오르티스 에스카메스(Manuel Ortiz Escámez) 발행인은 “라틴 아메리카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6월에 열리는 사상 첫 좌파 대통령 선거를 들 수도 있다”고 했다.
10년 이상 콜롬비아를 취재해 온 오르티스 에스카메즈(Ortiz Escámez)는 “나는 새로운 사회 운동, 새로운 플랫폼 등 폭력에서 희망과 평화로, 새로운 연합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았다”며 “누가 재임하던 상관없이 이러한 동맹은 계속해서 사회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물과 에너지를 연구하는 듀크 대학의 크리스틴 폴치(Folch)는 ‘경제와 정치 면에서 포스트 화석 연료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폴치는 파라과이와 브라질 국경을 따라 위치한 이타이푸 댐과 풍력 발전소의 급속한 성장을 지적하며 “이타이푸 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댐 중의 하나로 캘리포니아의 3분의 1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 국가 간 협정이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씨름하는 지역 전반에 걸쳐 서로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미주 회담의 초점은 이민, 부패, 조직범죄에 관한 것”이라며 “기후 변화, 에너지 전환 및 녹색 성장의 리더로서의 라틴 아메리카의 잠재적 역할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그동안 캐러밴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국가인 멕시코는 난민들을 환영하지 않았다. 특히 아이티, 쿠바, 베네수엘라 출신의 난민들은 가혹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중남미 난민들은 멕시코 등 국가들의 탄압을 막기 위해 집단을 형성해 캐러밴이 되었고, 이는 중남미는 물론 미국 국경까지 위협하고 있다.
난민을 수용하는 중남미 국가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면 난민들이 미국 국경까지 오기 전에 이들 국가에 정착할 것이고, 보다 인도적인 국경 입국 절차를 시행할 경우 난민들의 집단행동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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