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명성교회 김하나 위임목사의 교회 대표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서울고등법원은 10월 27일 열린 명성교회 대표자 지위 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이 교단 세습금지법을 위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명성교회는 교단법보다 교회 정관이 우선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순창 총회장) 104회 총회가 세습을 조건부 허용한 수습안을 결의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재심 판결을 상당 부분 인용하면서 “김하나에 대한 위임목사 청빙은 교단 헌법 제2편 제6항 제1호에 위반되고, 위반 여부가 중대하고 명백하다”고 했다.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애당초 7월 21일로 예정돼 있던 선고 날짜를 미루고 명성교회에 ‘석명 준비 명령’을 내렸다. 총회 수습안 중에는 “명성교회 위임목사의 청빙은 2021년 1월 1일 이후에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명성교회가 이 조항에 따라 위임목사 청빙 절차를 밟은 적이 있는지 소명하라는 것이었다. 명성교회는 2017년 부자 세습을 한 이후 별도의 위임 청빙 결의는 거치지 않은 상태였다. 이에 명성교회는 8월 21일 공동의회를 열고 압도적인 찬성으로 김하나 목사를 명성교회 위임목사로 재추대한 것을 추인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항소심 재판부는 선고 이유는 언급하지 않은 채 주문만 낭독했다. 판결을 듣기 위해 모인 세습 반대 교인 수십여 명은 선고가 순식간에 끝나자 허탈해했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심 판결을 규탄했다.
소를 제기했던 정태윤 집사(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는 “1심 판결은 예장통합 교단에 세습금지법이 살아 있기 때문에 세습은 불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세습금지법이 폐지된 것도 아니고 1심 판결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닌데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했다.
명성교회 측은 선고 직후 “명성교회가 오래전부터 견지해 온 바와 같이 이 모든 일은 하나님께서 하셨고 하실 것이기에, 특별한 입장이 있지 않다. 이번 판결과 상관없이 개척 초기부터 그래 왔듯이 더 겸손히 엎드려 기도하며 한국교회와 세계 교회를 섬기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