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도 미국-멕시코 국경에는 수많은 중남미 난민들이 몰려들고 있다.많은 정치인들과 언론들이 “불법 체류자들이 몰려오고 있으며 국경을 철저히 봉쇄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코로나19 국경 경비를 강화한다며 ’42호 명령'(Title 42)을 내렸다. 본래 이민법은 불법으로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은 외국인이라도 망명 신청, 심사 기간 동안에는 미국에 체류하고 일도 할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러나42호 명령은 망명 신청자들을 법적심사 절차 없이 즉각 추방해버린, 법적 절차를 받을 기회를 100% 차단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본래 ‘42호 정책’을 폐지하려 했으나, 최근 보수적인 연방대법원에 가로막혔다. 대법원은 당분간 중남미 난민들을 계속 법적 절차 없이 무조건 추방하는 것을 합법으로 판단했다.
국경지대에서 중남미 난민을 법적절차없이 즉각 추방하는 ‘42호 명령’은 겉으로 보기엔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워싱턴DC의 씽크탱크 이민정책연구소(Migration Policy Institute)의 아리엘 루이즈 소토(Ariel Ruiz Soto) 연구원은 EMS 보도에서 지적했다.
본래 시행되던 ‘8호 명령’(Title 8)은 멕시코인이 심사 결과 거부될 경우 신속한 강제추방 후 5-10년간 미국입국이 거부되며, 또다시 밀입국할 경우 징역형 등 강력한 추가처벌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시행된 트럼프의 ‘42호 명령’은 추방 후 밀입국 재시도에도 추가 처벌을 규정하지 않았다.
그 결과 밀입국 재시도율은 2019년의 7%에서 2022년의 26%로 급증했다. 다시말해 국경에서 추방된 사람 4명중 1명이 상습 밀입국자란 뜻이다. 즉, ‘42호 명령’ 하에서는 밀입국을 열번 스무번 해도 그냥 추방만 되기 때문에,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난민들은 될때까지 밀입국을 재시도하는 것이다. 그 결과 ‘42호 명령’은 오히려 밀입국 재시도를 부추기는 효과를 내고 있다.
‘42호 명령’의 또다른 문제는 멕시코 이외의 난민 추방을 어렵게 만든다든 것이다. 이전에 시행되던 ‘8호 명령’은 멕시코 정부와 특별 협정을 맺어, 심사 결과 멕시코인 밀입국자를 신속하게 멕시코 본국으로 추방할수 있도록 조치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멕시코 국경에 몰려드는 중남미인의 상당수는 경제난에 시달리는 니카라과, 쿠바, 베네주엘라인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미국-멕시코 국경에 있지만 법적으로 멕시코인도 아니기 때문에 멕시코 정부 차원에서 머나먼 본국으로의 송환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이들은 국경 밖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상황에서 상습 밀입국자가 되고, 결국 사막에서 죽거나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문제는 이런 식의 밀입국자들이 당분간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년에도 심각한 수준의 인플레와 경제난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난한 중남미인들은 ‘잃을 것이 없다’는 심정으로 무조건 미국-멕시코 국경으로 몰려들어 몇번이고 밀입국을 시도하다 죽거나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고 소토 연구원은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