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간선거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공화당의 부진으로 끝났다. 공화당의 ‘레드 웨이브’를 막은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로 언론은 낙태권 폐지를 거론했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낙태권 문제는 다른 어떤 이슈보다도 유권자들를 투표소로 이끌었다. 지난해 중간선거 전후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대다수는 “낙태의 합법화를 원한다”고 조사됐다.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6월 돕스 판결(Dobbs) 판결을 통해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고 낙태권을 각 주의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CNN출구조사 결과 유권자들의 29%가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낙태권을 거론했고, 유권자들의 약 60%가 낙태권 폐지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또 캘리포니아주, 버몬트주, 미시간 주 유권자들은 낙태권을 보장한다는 주 헌법 개정안에 과반을 훨씬 넘는 찬성표를 던졌다.
이에 대해 버지니아주의 리버럴 비영리단체 ‘데이 시 블루’(They See Blue)의 스바 스리니바사랑가반(Suba Srinivasaraghavan)은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는 2022 중간선거에 있어서 정치적 자살골이었다”며 “이제 낙태는 수많은 유권자와 후보자들에게 있어 당면한 과제”라고 평한다.
낙태권 폐지 판결 직후 더욱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 뿐만 아니라 자원봉사까지 나섰다는 것이다.
낙태 지지단체 프로-초이스 아메리카(Pro-Choice America)의 안젤라 바스케즈- 기록스(Angela Vasquez-Giroux) 부회장 역시 “지난해 선거에서 낙태권 문제가 선거 안건으로 올라온 주마다 큰 표차로 낙태권 찬성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내년으로 다가온 2024년 대선에서도 낙태권이 도마에 오를 것인가? 지난해말 실시된 임팩트 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52%는 공화당이 앞으로도 낙태권을 더욱 제한할 것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특히 지난해 민주당에 투표한 비민주당원의 53%, 흑인 유권자의 74%가 같은 대답을 했다. 유권자 48%는 앞으로 공화당이 낙태권을 더욱 제한하면 지지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여성단체는 낙태권 폐지 문제가 내년에도 여성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고 나올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일부 주에서 낙태 수술 뿐만 아니라 낙태약까지 불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텍사스, 노스캐롤라이나, 웨스트 버지니아 주에서는 FDA의 낙태약 사용금지를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아태계여성포럼(NAPAWF) 이본느 추(Yvonne Hsu) 정책국장은 “급진적인 판사와 정치인들이 기본권을 빼앗아간데 대해 여성 유권자들이 분노하고 있다”며 “언어, 문화장벽으로 소극적이었던 여성들이 더욱 많이 투표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In Our Own Voice의 에보니 베일러(Ebony Baylor) 부사장은 “흑인 여성은 한 가지 이슈에만 집중하는 삶을 살지 않으며, 누가 자신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을지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한다.”며 “낙태권 문제는 2024년 선거에서 흑인 유권자의 표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