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공격과 관련해 이스라엘에 책임을 돌리는 서명을 올렸던 미국 하버드대학의 일부 학생들이 거센 비판 여론에 입장을 바꿨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이들을 취업 블랙리스트에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한몫했다.
11일 ‘뉴욕포스트’는 하마스 지지 성명에 서명했던 하버드대 34개 학생단체 중 4개는 이미 지지를 철회했고 다른 학생단체들도 성명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미 정치매체 ‘더힐’은 전날 “하버드대에서 30개가 넘는 학생 단체가 ‘최근 전개되는 모든 폭력은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또 버지니아 대학(UVA)의 친팔레스타인 단체는 이스라엘인 수백 명이 하마스 대원의 무차별 공격에 사망했다. 우리는 자유와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억압을 받는 전 세계 사람들 및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가들과 연대한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교지인 ‘하버드 크림슨’은 지난 10일 이번 사태에 대해 “총장과 교내 교직원 500여 명 및 학생 3000명이 하마스를 지지하는 성명은 매우 잘못됐고 모욕적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여기에 17개의 학생단체가 합세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편을 드는 내용의 성명을 냈던 하버드 내 학생단체 중 하나인 ‘하버드 궁그루(Harvard Ghungroo)’는 텔레그램에 “하버드 팔레스타인 위원회가 발표한 성명에 공동 서명한 것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싶다”며 “우리의 서명을 철회했다”고 전했다.
12일 미국 하버드대가 있는 보스턴 시내에 대형 전광판엔 ‘하버드대의 대표적 유대인 혐오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하버드 학생들의 사진과 이름이 띄워졌다. 이번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책임이 이스라엘 쪽에 있다는 취지의 성명에 서명한 학생 모임 소속 회원들이다.
전광판을 세운 미국 보수 단체 ‘어큐러시인미디어’는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고 사과하는 학생은 전광판에서 신상을 내려주겠다고 밝혔다.
민간인 희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전 세계 곳곳에선 전쟁의 책임을 이스라엘에 묻고 규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조지타운대와 뉴욕대 등 미국 명문 대학가에서도 이스라엘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 모임 등의 성명이 잇따라 발표됐다.
그러자 헤지펀드계 거물이자 유대인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 캐피털 회장은 자신의 SNS에, “여러 CEO들에게 하마스를 지지하는 하버드대 학생들을 누구도 고용하지 않을 것을 제안했고, 이에 동의했다”며 이른바 취업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할 것이라고 올렸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스라엘에 책임이 있다고 서명한 34개 하버드 학생 모임 중 최소 5개 이상이 지지를 철회했다고 하버드 대학 신문 크림슨이 보도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이 인명 손실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뉴욕대 로스쿨 학생회장은 취직이 결정된 로펌의 채용 취소 통보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