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domestic violence)은 가정구성원 사이의 신체적, 정신적 또는 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한다. 가정폭력은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며 인종, 문화, 민족, 종교,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나이, 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다행히 1970년대부터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면서, 각종 관련 법안과 조치 덕분에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불러일으켜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내 여성 4명중 1명, 남성 6명중 1명이 평생 최소 한번은 가정폭력을 겪는다고 질병통제예방센터(Centers for Disease Control & Prevention) 설문조사 결과는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미국내 가정폭력 문제가 새로운 형태로 접어들었다고 말한다. 대중의 경각심과 법률의 발달로, 폭행의 형태로 나타나는 물리적 가정폭력은 많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비물리적 폭력이나, 폭력후 분리조치, 이혼 후 폭력이라는 새로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언론인인 비지 선다람(Viji Sundaram)은 메리암(Maryam)이라는 한 이민자 여성의 사례를 소개한다. 파키스탄 출신인 그는 실리콘 밸리에서 고소득 직종에 근무한다는 남성의 말을 듣고, 미국으로 날아와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해보니 이 남성은 미국에서 저소득 직종에 근무하며 부적절한 내용의 영화를 촬영하고 있었다. 남성은 메리암에게 영화에 출연할 것을 강요했고, 이를 거절한 메리암은 자녀를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돌아갔다. 메리암은 귀국 후에도 남성과 계속 연락했으나, 남성은 이와 상관없이 경찰에 행방불명 신고를 접수시키고 메리암은 수배가 되었다.
결국 메리암은 변호사를 고용해 경찰에 자신과 자녀가 행방불명이 아님을 증명해야 했다.
선다람은 “이 남성은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갖가지 압박으로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었고 자살까지 생각하게 했다”며 “이런 행동은 물리적 폭력은 아니지만 강압적 통제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이처럼 비물리적 폭력에 대한 강압적 통제 역시 가정폭력의 범주에 법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수잔 루비오(SusanRubio) 상원의원이 주도해 통과시킨 SB-1141 법은, 물리적 폭력 뿐만 아니라 기본적 생활수단(음식, 전화 등) 제공 거부 또는 핸드폰과 앱을 통한 부적절한 감시도 가정폭력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정폭력 문제 있는 배우자가 모든 법적인 조치를 취해 별거와 이혼을 하더라도, 또다른 법적 문제가 있다. 티나 스위딘(Tina Swithin) 씨는 가정폭력 문제로 전남편과 이혼한 후에도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가정법원에서 변호사 없이 자녀 접견 문제로 법정 투쟁을 벌였다.
그는 가정법원 조사관이 전남편을 약간의 위험성이 있다고 진단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 접견을 허용했다. 결국 2012년 2차 조사를 받은 후에야 가정법원은 전남편의 자녀 접견을 금지시켰다.
그는 “1년에 13번씩 법정에 갔는데, 판사가 5명이 바뀌었고 담당자도 계속 변했다”며 “이혼 별거 후 가정폭력에 대해서도 일관된 법적인 기준이 없어 좋은 담당자가 배정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밝혔다.
가정폭력은 미국과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이다. 또한 “인류 역사상 가정 오래된 폭력이기도 하다”고 안젤라 데이비스(Angela Davis) 전 UCLA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수백년간 가정폭력은 집안 문제이고, 피해자가 이를 피할수 있는 방법은 스스로 도망치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