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묻고 답하는 생성형 AI ‘챗GPT’가 어느덧 출시 ‘첫 돌’을 맞았다. 세상에 나온 지 채 1년 만에 챗GPT는 전 세계 생성형 AI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일상을 넘어 종교 영역까지 스며들어 설교도 AI가 대신 써주는 시대가 오고만 것이다.
챗GPT가 처음 소개될 당시만 해도 이 생성형 AI가 앞으로 1년 동안 전 세계에 미칠 영향력을 예측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당시에도 챗봇은 많이 있었지만 챗GPT는 인간과 AI의 상호작용 방식을 완전히 바꾼 최초의 챗봇이었다.
언어 모델로서 챗GPT의 정교함은 실제 사람과 대화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줬다. 이에 힘입어 챗GPT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전 세계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붐을 일으켰다.
챗GPT의 1년은 역대 가장 임팩트 있는 시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 2000년대 아이폰을 뛰어넘는 혁명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챗GPT의 등장으로 직장인들은 보고서를 효율적으로 완성하고, 학생들도 손쉽게 레포트를 쓸 수 있게 됐다. 챗GPT는 미국 변호사 시험까지 통과했다. 단 몇 초 만에 설교 콘텐츠도 생성한다.
이처럼 챗GPT는 일상은 물론 IT·금융·물류 등 산업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기존 질서를 재편하는 파괴적 혁신의 표상이 됐다. 장문의 글과 이미지, 영상까지 만들어내는 챗GPT는 미술·음악·출판 등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창작의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종교 영역도 마찬가지다. 목회 현장에도 챗GPT가 스며들며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천 부평구에서 목회하는 최종철 153예인교회 목사는 AI 기술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도들 중 특히 2030대 청년이 이미 챗GPT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면서 “이전과 달리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챗GPT를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커지고 있다. 다만 어떻게 활용해야하는 지 아직 방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계 역시 챗GPT의 바람을 피해가지 못한 가운데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마상욱 스파크AI교육연구소 소장은 대림절을 맞아 매일 아침 묵상 글을 주변에 공유하고 있다. 글에는 오늘의 말씀과 찬양, 묵상을 위한 질문, 기도문 등이 실려 있다.
평소대로라면 최소 3시간 넘게 걸리던 글 작성 시간을 챗GPT의 도움을 받아 30분~1시간으로 줄였다. AI가 수 분만에 주제에 맞게 골자를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마 소장은 “챗GPT를 활용해서 대림절 묵상 제목과 주제에 맞는 성경 구절 등을 쉽게 구성할 수 있다”며 “챗GPT를 잘 사용하면 목회나 사역의 효율성을 굉장히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챗GPT는 좋은 질문을 던졌을 때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도구”라며 “쉽게 말해 설교나 교육 준비에 있어 참고자료와 질문이 생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 없이 생성형 AI로 모든 분야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필요한 영역을 선택해서 보조적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했다.
다양한 AI 서비스도 교계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챗GPT를 기반으로 개발된 기독교 AI 챗봇 ‘초원’이 대표적이다. 초원은 이용자가 고민이나 질문을 올리면 신학적인 대답과 함께 관련 성경 구절과 기도문까지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월 활성 사용자만 4만여 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2030세대 비중이 60%를 차지할 정도로,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한 달에 올라오는 질문만 30만 개다.
초원 앱을 개발한 김민준 어웨이크코퍼레이션 대표는 “대개 (이용자들이) 목회자에게 직접 묻기 어렵거나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힘든 질문들을 물어본다”면서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과 상황에 맞는 성경 구절, 기도문 등을 제시해 교회로 인도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음성 서비스 기업인 (주)보이셀라(대표 추현엽)는 ‘바이블리’ 딥러닝 기술을 통해 목회자의 목소리를 학습시켜 실제와 같은 가상 음성으로 오디오 성경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원하는 목소리로 40분간 녹음하면 성경 66권 전체를 그 사람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온누리교회는 담임목사인 이재훈 목사의 목소리로 오디오 성경을 제작해 성도들이 듣고 성경통독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유기성 선한목자교회 원로목사는 성경 외에도 전 교인을 위한 QT와 칼럼, 오디오북까지 제작했다.
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가 출시되고 활용 사례가 늘면서 교계에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챗GPT가 신앙생활 등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신학적인 해석 오류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현신 총신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한 심포지엄에서 “챗GPT에 설교문 10편을 작성해달고 했더니 이단 교리로 보이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챗GPT를 활용하기엔 시기상조다. 챗GPT에 대한 엄청난 유행과 관심 속에서도 한국교회와 목회자들은 챗GPT가 가진 문제점과 한계를 냉철하게 직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챗GPT는 앞으로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 영향은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조차 “두렵다”고 토로할 정도다.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교계 차원의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제로 얼마 전 교회를 위한 ‘생성형 AI 기술 활용 가이드라인’이 처음으로 나오기도 했다.
미래목회와말씀연구원(이사장 김지철 목사)이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생성형 AI의 활용 사례와 함께 생성형 AI 기술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목회자 성도 등 사용자에 따른 윤리적 고려사항을 제시해 AI 기술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이수인 아신대 교수는 “생성형 AI 기술은 사역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기술의 한계도 분명 있다”면서 “가령 잘못된 정보와 정보 생성 과정에서의 불투명성, 편향성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생성형 AI는 목회의 보조적 수준에 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나 신앙생활에서 챗GPT의 도움을 받는 게 옳으냐 그르냐는 사실상 지금 상황에서 무의미한 논쟁이다. 양날의 검인 챗GPT가 오용·남용·악용되는 것을 방지하고 선용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선도해야 한다. 챗GPT가 선용돼 “목회와 선교 그리고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고 영성이 깊어지도록 돕는 수단이 될 수 있게끔 한국교회와 교계가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출처 : 데일리굿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