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가 갱단의 폭력사태로 무정부 상태가 되다시피 하면서 현지 선교사들 안위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일부 선교사는 현지에 고립되거나 연락이 끊기면서 후원 교회와 선교단체들이 기도와 지원 요청에 나섰다.
한국교회봉사단(이사장 한교봉/오정현 목사)이 아이티 현지에 설립한 아이티 직업학교는 본부와 연락이 끊겼다. 김철훈 한교봉 사무총장은 “조속히 현지 소식을 듣고 향후 대책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사역 중인 선교사들도 연락이 끊긴 상태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 관계자는 “현지와 직접 소통하는 게 어렵지만 여전히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현지에 남은 선교사들이 있다. 정확한 수를 파악할 수는 없다”고 했다.
현지에서는 선교사와 가톨릭 사제가 갱단의 납치 대상 1순위라는 소문도 돌면서 선교계 안팎에서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초 라틴아메리카 정의·평화 교회 네트워크가 국제 평화군의 긴급한 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발표한 이유다. 이들은 당시 “국제 사회가 아이티 국민의 고통에 무관심해서는 안 된다”며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했다.
현지에 고립된 선교사도 있다. 아이티 슬링스톤신학교 학장인 박창환 선교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후원 교회와 이사회에 이메일을 보내면서 “이미 며칠 전 미국 정부가 보낸 마지막 구조 헬리콥터가 떠나 완전히 고립됐다. 이곳을 떠날 수 없어 헬리콥터를 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학생들이었다. 박 선교사는 “총소리가 들리는데도 목회자와 학생들이 학교에 나와 말씀을 배우고 있다”면서 “이들을 보면서 사명을 다시 깨닫게 됐다”고 밝혔다. 재미교포인 박 선교사는 미국에 있는 아내에게도 메시지를 보내 “갱들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워져 지역 사회에 복음을 전할 기회가 오길 소망한다”는 기도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