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암살시도 등 정치적 폭력과 정파적 분열이 벌어지고 있다.
각 당 대통령 후보 선출을 앞두고 각 당 전당대회 및 선거과정에 이민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선거 전문가들은 7월 19일 열린 에스닉 미디어 서비스(EMS) 브리핑에서 전당대회외 선거 과정을 통한 유권자들의 의사결정 과정과 참여 동기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했다.
남가주대학(USC) 공공정책학과 교수 셰리 비비치 제페(Sherry Bebitch Jeffe)는 전당대회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제페 교수는 “전당대회는 원래 각 당 대의원들이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예비선거를 통해 이미 결정된 후보들 위한 캠페인 활동의 장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민주당 전당대회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열리면서 당내 강력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올해 전당대회는 소셜미디어 시대 최초 전당대회이기에, 이번 선거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셜미디어가 단순한 정치자금 모금 수단에서 벗어나, 토론을 형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고 지적하며 “이제 모든 선거운동본부는 소셜미디어 담당자를 두고 있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조차 자신만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캠페인 법률센터(Campaign Legal Center) 국장 조나단 디아즈(Jonathan Diaz)는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양당의 대면 캠페인 활동을 제한함에 따라 가속화됐다”고 해설했다.
그동안 소셜미디어는 정치자금 모금과 메시지 도구로만 인식됐으나, 2020년 대선에 처음으로 후보 지명, 캠페인 및 전당대회 과정 일부가 온라인상으로 이뤄졌다. 그 결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포되는 정보 왜곡이 사상 최고치에 도달했으며, 결과적으로 선거 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고 있다.
퓨 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 2024년 4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방정부를 언제나 신뢰한다”고 응답한 미국인은 22%에 불과했다.
공공 서비스 파트너십(Partnership for Public Service)이 지난해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23% 응답자만이 “미국 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미국 정부의 신뢰도가 상당부분 낮아진 것이다.
2024 공화당 전당대회, 트럼프 지배력 확인
조지 메이슨 대학교(George Mason University) 공공정부학 교수이자 전 CNN 선임 정치 분석가인 빌 슈나이더(Bill Schneider)는 “오늘날 전당대회는 사실상 대중 홍보 행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슈나이더는 “예전에는 당 지도부가 후보자들의 도덕적, 의료적, 법적, 재정적 기록 검증을 실시했지만, 현재 모든 검증 과정은 이제 언론을 통해 일반 유권자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일반 유권자들은 이미 전당대회 이전 예비선거에서 후보자들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공화당은 7월 15일 밀워키에서 2024년 공화당 전당대회를 개최했다.
이에 대해 슈나이더 교수는 올해 전당대회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리였다. “그를 반대하는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설했다. 그는 공화당은 이제 단순한 트럼프의 당이 아니라, 아치 번커(Archie Bunker, 1970년대 미국 드라마의 백인 중년 남성 주인공)의 당으로 변모했다. 공화당의 기반은 이제 컨트리 클럽에 사는 부유한 미국인들이 아니라, 백인 노동 계급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슈나이더 교수는 트럼프의 공화당 장악은 공화당 정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제 공화당내에서 레이건과 부시 가문의 보수주의는 거부당하고 있다. 공화당은 1949년 NATO 가입을 결정할 때부터 국제주의적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고립주의 정당으로 변모하였다. 공화당은 국가 부채에 대해 언급하지 않게 되었다.
공화당은 이제 경제적, 사회적 포퓰리즘이 지배하는 정당이 되었다. 트럼프는 취임 첫 해에 100만 명의 불법 이민자를 추방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공화당 유권자들은 문화적으로 재정비되고 있다고 그는 해설한다.
슈나이더 교수는 “최근 20년 동안, 대졸 이하 학력 백인 유권자들이 점점 더 공화당으로 기울어져 왔다. 그 원인은 경제보다 문화적 문제 때문이다. 백인들은 ‘잘 교육받은 엘리트 권력 집단이 민주당을 차지하고 있다’며, 반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를 학위 격차(diploma divide)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공화당 지지자 대부분은 현행 미국 선거제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선거에서 대중적 지지보다는 선거인단에서의 우위를 바탕으로 대통령직에 당선된 사례가 그것이다.
슈나이더 교수는 “선거인단 제도가 없었다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따라서 선거 규칙 변경은 현재로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선거인단 제도를 바꾸려면 헌법을 바꿔야 하는데, 연방의회 뿐만 아니라 현재 공화당의 영향력 아래 있는 주 의회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유권자 사기’ ‘선거 부정’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트럼프 측은 전국적으로 60여 건에 달하는 ‘도둑맞은 선거’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 결과 공화당에 의해 임명된 판사들조차 “선거사기는 없었다”고 판결하였다.
유권자들의 투표를 제한하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2021년 19개 주 의회는 유권자 접근성을 제한하는 법안 34개를 통과시켰다.
최근 미국 하원은 SAVE 법안을 통과시켜, 유권자 등록 시 신분증명 문서 제출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미 유권자 등록에는 ‘시민권 요건’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입법으로 인해 유권자 등록 절차는 더욱 복잡해지고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절차가 정직하게 이뤄질 때만” 2024년 선거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디아즈 국장 “일부 사람들이 선거 사기를 자주 말할수록, 다른 사람들은 증거가 없어도 선거사기를 믿게 된다”며 “대선 결과가 박빙이거나 패배할 경우, 트럼프 측은 그 불확실성을 활용해 2020년처럼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연방 사법부와 대법원이 트럼프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조지 H.W. 부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공화당 출신 판사들은 총 6명이다. 민주당 출신 판사 3명을 크게 앞선, ‘보수 우위 대법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디아즈 국장은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우리 민주주의의 건강상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제 민주주의 보존 문제는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이슈”라고 지적했다.
디아즈 국장은 “민주주의는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해내면서 발전시켜 나갈 때만 작동한다”고 “선거는 올바른 민주주의를 위한 필수 과정이라고 이제 일반 유권자들도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4년 3월 조지타운 대학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81%가 “현재 미국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고 대답했으며, 이중 72%는 “강력하게 동의한다”고 답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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