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와 시에나 대학이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가 해리스 후보를 1%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9월 10일로 예정된 대선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발표됐으며, 오차 범위는 2.8%포인트다.
두 후보는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네바다, 애리조나에서 동률을 기록했다. 해리스 후보는 위스콘신,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는 반면, 트럼프 후보는 조지아에서 1%포인트 우위를 점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핵심 경합주에 약 175만 명의 아시아계 미국인,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제도민 유권자들이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각 주의 전체 유권자 중 3~4%에 불과하지만, 이 작은 비율이 승패를 가를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공화당 선거전략가 리나 샤(Rina Shah)는 “아시아계 미국인과 태평양 제도민(AANHPI) 독립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정당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6일 에스닉 미디어서비스(Ethnic Media Services) 뉴스 브리핑에서 샤는 AANHPI 유권자 블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올해 아시아계 미국인 유권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AANHPI 유권자의 42% 미만이 양당으로부터 접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양당이 이 중요한 유권자 그룹에 대한 접근을 강화할 필요성을 시사한다.
샤는 이민 개혁, 교육, 교육 형평성, 경제적 기회가 양당의 AANHPI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이슈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양당이 AANHPI 커뮤니티와 더 직접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단순한 표적 아웃리치를 넘어 특정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샤는 “성장하는 AANHPI 독립유권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에 대한 집중과 진정성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후보 에반 맥멀린(Evan McMullin)의 선거 운동을 이끌었던 샤는 많은 공화당원들이 도널드 트럼프가 당 대선 후보로 나서는 것에 불만을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APIAVote의 크리스틴 첸(Christine Chen) 대표에 따르면, 현재 1500만 명의 AANHPI가 투표 자격을 갖추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는 이들 중 약 65%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주요 경합주에서는 AANHPI 유권자 4명 중 1명이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했다.
첸 대표는 2020년 조지아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1만2000표 차이로 승리했다. 당시 조지아주에서 14만2000명 이상의 AAPI가 투표했고, 그 중 26%가 첫 투표였다.
계산해보면 약 3만9000명으로, 승리 마진의 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는 우리가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이다.
AANHPI 유권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로는 경제, 이민, 범죄 등이 꼽혔다. 그러나 첸 대표는 상당수의 유권자들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어느 정당이 더 효과적일지에 대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API 빅토리 펀드의 셰카르 나라심한(Shekar Narasimhan) 회장 겸 창립자는 “표는 매우 중요하다.”며 “아시아계 유권자는 이제 선거 승리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나라심한 회장은 경합주인 미시간주에서 대규모 투표 독려 운동을 조직한 바 있다. 나라심한 회장은 AANHPI 유권자들에 대한 더욱 효과적인 유치 필요성에 동의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소셜 미디어 활동이 가장 활발한 집단 중 하나지만, 2020년 온라인 선거운동 기간 동안 절반 이상의 커뮤니티가 선거운동을 접하지 못했다.
나라심한 회장은 AANHPI의 상당수가 ‘정보가 부족한 유권자’라고 언급하며, 후보들은 우리 커뮤니티에 나타나, 우리 유권자들과 이 커뮤니티에 중요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민과 중소기업의 자본 접근성이 주요 이슈라고 강조했다.
베트남계 미국인 유권자, 정치 성향 변화 조짐
베트남계 미국인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이들 유권자층이 점차 중도 및 진보 쪽으로 이동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진보적 베트남계 미국인 단체인 PIVOT(The Progressive Vietnamese American Organization)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툰 응우옌 박사(Dr. Tung Nguyen)는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층이 팽팽히 맞서고 있으며, 약 25%에 달하는 상당수의 유권자가 무소속으로 아직 설득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PIVOT은 이중언어로 된 투표 참여 독려 광고 캠페인을 제작해, 보수 성향의 트럼프 지지 그룹을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배포하고 있다. 아울러 11월 5일 선거일 전까지 10만 장의 손글씨 엽서를 배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응우옌 박사는 과거 트럼프를 지지했던 고령의 베트남계 미국인 유권자들이 이제는 그에 대해 열정이 식었거나 아예 등을 돌리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2021년 1월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대응은 일부 젊은 베트남계 미국인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그러나 응웬 교수는 이들이 아직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제임스 자르사디아즈 교수(Professor James Zarsadiaz)는 아시아계 미국인 보수주의의 역사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에 투표했다. 이는 공화당이 전통적 가족 가치와 경제 성장 지원이라는 그들의 가치관과 일치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조지 H.W. 부시(George HW Bush)는 1992년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AAPI) 유권자들의 지지를 성공적으로 얻었고, 밥 돌(Bob Dole)은 1996년 이를 이어갔다. 그러나 당시 민주당 후보 빌 클린턴(Bill Clinton)에 대한 상당한 열광도 있었다고 자르사디아즈 교수는 전했다.
자르사디아즈 교수는 아시아계 미국인 민주당 지지자들 중 상당수가 더 우측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이 진보적이거나 더 자유주의적인 인사들을 지지하기보다는, 중도 좌파나 더 온건한 민주당 후보에게 투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발생한 반아시아 증오범죄 사태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자르사디아즈 교수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과 하와이 원주민, 태평양 섬 주민(AANHPI)들이 민주당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느꼈다.
특히 민주당이 범죄에 관대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들의 불만이 고조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정치적 지형도가 변화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징후로 해석된다.
미국 2024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 주가 핵심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러 정치 전문가들은 이 주가 대선의 향방을 결정지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계 정치연맹(Asian Pacific Islander Political Alliance)의 모한 세샤드리(Mohan Seshadri) 사무총장은 최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펜실베이니아는 격전지 중의 격전지입니다. 모든 것이 이곳에서 결정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세샤드리 사무총장은 “우리 커뮤니티가 승리의 마진이 될 때, 지역 기반의 정치력을 구축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생깁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거 기간 외에도 일상적인 커뮤니티 아웃리치를 위해 조직에 장기적인 자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세샤드리 사무총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22개 언어로 50만 가구를 방문하고, 500만 통의 전화를 걸 예정이다. 또한 우리 커뮤니티가 사용하는 언어로 된 우편물 100만 통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커뮤니티의 모든 구성원들이 이 중요한 선거에서 어떻게 투표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상하원 후보들 중 누가 실제로 우리 커뮤니티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우리를 위해 싸울 것인지 알려줄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