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초등학교와 주일학교에서 성탄극(Nativity play)이 자주 열린다. 이 전통은 예수 탄생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연극으로, 현대에는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문화가 되었지만, 실제로는 비교적 최근에 확립된 관습이다.
성탄극이란?
성탄극은 예수 탄생을 둘러싼 사건들을 연극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크리스마스 직전에 초등학교 강당이나 지역 교회에서 주로 공연된다. “Nativity”라는 단어는 라틴어 ‘nativitas(출생)’에서 유래했으며, 영어에서는 주로 예수의 탄생을 뜻하는 데 사용된다.
중세 시대의 영국에서는 성경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기 위해 신비극(Mystery play)이 공연되었다. 성경을 읽을 수 없는 대다수의 문맹자들에게 드라마는 효과적인 교육 도구였으며, 초창기에는 성직자들이 라틴어로 공연했다.
그러나 1210년, 교황 인노첸시오 3세는 신비극의 대중적 인기를 우려해 성직자들의 참여를 금지했다. 이에 따라 지역 길드들이 공연을 주도하게 되었고, 대본을 영어로 작성하며 세속화되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의 신비극은 종종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다뤘다.
최초의 성탄극: 성 프란치스코의 연극
최초의 성탄극은 1223년 성 프란치스코(Francis of Assisi)가 이탈리아 그레초에서 연극을 무대에 올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현지 주민들을 동굴로 초대해 아기 예수, 당나귀, 소가 있는 구유 앞에서 크리스마스 설교를 했다. 이 연극은 큰 인기를 얻어 매년 열리게 되었고, 프란치스코 수도사들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퍼졌다.
그러나 종교개혁 이후, 성경 텍스트를 각색한 연극이 개신교 국가에서는 금지되었고, 영국의 청교도들은 크리스마스 자체를 금지하며 성탄극을 사라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연극은 가톨릭 국가에서만 살아남았습니다.
런던에서의 부활
영국에서 성탄극이 다시 인기를 얻은 것은 로렌스 하우스먼(Laurence Housman) 덕분이다. 그는 1902년 14세기 코번트리 신비극에서 영감을 받아 ‘베들레헴(Bethlehem)’이라는 성탄극을 창작했다. 이 연극은 크리스마스 캐럴과 함께 구성되어 런던 대학교에서 초연되었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1920년대에 들어, 하우스먼의 연극은 런던 리젠트 극장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되며 성탄극의 부활을 알렸다. 1924년, 리버풀 데일리 포스트는 “종교개혁 이후 이렇게 많은 성탄극이 다시 부활한 적이 없다”고 평했다.
BBC 방송을 통한 대중화
1926년 12월 22일, BBC는 최초로 라디오를 통해 성탄극 ‘베들레헴’을 방송했다. 이 연극은 콘월의 세인트 힐라리 교회에서 지역 주민들이 직접 공연했으며, 청취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이 방송은 1936년까지 매년 BBC 크리스마스 라디오 프로그램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현대의 성탄극
하우스먼의 작품과 라디오 방송의 인기로 성탄극은 점차 학교와 교회에서 널리 공연되기 시작했습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피난민 아이들이 성탄극의 배우로 참여하며 마을 행사로 자리 잡았고, 1950년대에는 모든 기독교 교단의 학교와 교회에서 표준적인 크리스마스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성탄극은 영국 초등학교와 주일학교에서 중요한 행사로 여겨진다. 아이들은 천사, 목자, 동방박사, 마리아와 요셉, 헤롯왕 등의 역할을 맡아 공연한다. 동물 역할도 포함되며, 예수는 보통 인형으로 대체된다. 관객은 부모, 조부모, 교사, 그리고 교회의 경우 친구와 가족들로 구성된다.
성탄극의 문화적 가치
성탄극은 영국의 크리스마스 문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교회를 자주 방문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성경 이야기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첫 무대 경험을, 어른들에게는 유쾌한 추억과 감동을 선사한다.
많은 이들이 “금,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몰약(Gold, Frankenstein, and myrrh)”처럼 아이들의 귀여운 실수와 즉흥 대사로 성탄극의 따뜻한 매력을 기억한다. 성탄극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믿음과 공동체 정신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전통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