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워싱턴 내셔널 캐시드럴에서 열린 전직 대통령 지미 카터의 장례식에서 컨트리 가수 트리샤 이어우드와 남편 가스 브룩스가 존 레논의 1971년 곡 ‘이메진(Imagine)’을 공연한 것에 대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비판을 제기했다.
이어우드와 브룩스는 카터 전 대통령과 오랜 친구 사이로, 수십 년간 해비타트 포 휴머니티의 카터 워크 프로젝트에서 함께 활동해왔다. 이들은 2023년 로잘린 카터 전 영부인의 장례식에서도 ‘이메진’을 부른 바 있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이 곡은 카터 전 대통령이 좋아하던 곡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 곡의 가사가 기독교 장례식의 메시지와 상반된다고 주장했다.
미네소타주 위노나-로체스터 교구의 로버트 배런 주교는 X(구 트위터)에 성명을 내고 이 곡을 “무신론적 인본주의 찬가”로 표현하며, 이를 국가의 주요 성당에서 부른 것은 미국 교회의 “비겁함”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배런 주교는 “워싱턴 D.C. 내셔널 캐시드럴에서 열린 카터 대통령 장례식의 하이라이트를 보던 중 매우 감동적인 연설들을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컨트리 가수가 존 레논의 ‘이메진’을 부르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기독교 교회로 여겨지는 웅장한 성당의 천장 아래서, 이들은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보라. 쉽다.’와 ‘국가도 없다고 상상해보라’며 찬가처럼 노래를 불렀다. 무신론적 인본주의의 찬송가가 불리는 동안, 성직자들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아이러니도 지적됐다. 모스크바, 아이다호에 있는 크리스트 처치(CREC)의 벤 조른스 부목사는 이메진 공연 직후 주기도문이 낭송된 점을 비판하며, “이런 부조화는 많은 교회에서 매주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주의자 편집장 몰리 헤밍웨이는 “기독교 장례식에서 천국도 기독교도 없다고 상상해보라는 곡을 부르다니, 정말 어둡다”고 비난했다. 문화 신학자이자 팟캐스트 진행자인 폴 안라이트너는 ‘이메진’을 “세속적 시대의 빈껍데기 대체 종교의 끔찍한 찬송가”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 곡은 평화와 희망이라는 얇은 겉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통적인 종교와 문화를 지우고, 모든 다양성과 구별을 상실한 글로벌 단일 문화를 상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도미니코 수도회 소속의 패트릭 메리 브리스코 신부도 Our Sunday Visitor에 기고한 글에서 ‘이메진’이 부활의 희망을 세속적 꿈으로 대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례식은 단순히 위로를 전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것은 죄가 정복되었고, 그리스도가 천국의 문을 열었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카터 대통령은 자신을 “거듭난 기독교인”이라고 묘사하며 조지아주 플레인스의 마라나타 침례교회에서 주일학교를 가르쳤다. 그러나 그는 동성결혼을 예수님이 승인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성경적 가르침에서 벗어난 주장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한편, 존 레논은 성공회 신자로 자랐으나 조직적인 종교를 거부했다. 그는 1966년 비틀즈가 예수보다 더 유명하다는 발언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미국 전역에서 비틀즈 앨범이 불타고 보이콧 당한 적이 있다.
이메진 곡의 가사는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바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종교나 소유물의 부재 등을 상상하는 내용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메진(상상해보세요) 가사
천국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시도해보면 쉽답니다. 우리 아래 지옥도 없고, 우리 위엔 오직 하늘만 있죠. 모든 사람들이 오늘을 위해 산다고 상상해보세요. 국가가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 어렵지 않아요. 죽고 죽이는 이유가 없고, 종교도 없어요. 모든 사람들이 평화롭게 산다고 상상해보세요. 당신은 내가 몽상가라고 말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 혼자가 아니에요. 언젠가 당신도 우리와 함께하길 바래요. 그러면 세상이 하나가 될 거예요. 소유물이 없다고 상상해보세요. 당신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요. 탐욕도, 굶주림도 없는… 인류의 형제애가 있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함께 나눈다고 상상해보세요.
FAITH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