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신 접종률이 낮아지면서 감염병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조류독감, 노로바이러스, 인간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등 새로운 감염병과 여전히 지속되는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글로벌 보건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에스닉 미디어 서비스(EMS)가 지난 11일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백신 기피 현상, 보건 인프라 부족이 감염병 확산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어린이가 조류독감(H5N1)에 감염된 사례가 보고되면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보건국에 따르면, 지난 10일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한 아동이 발열과 결막염 증세로 병원을 찾았고, 인플루엔자 A 양성 반응을 보인 후 추가 검사에서 조류독감 감염이 확인됐다. 또한, 루이지애나주에서는 조류독감 감염으로 인한 미국 내 첫 사망자가 발생해 공중보건 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류독감, 인간 전파 가능성은 낮지만 치명적
조류독감은 야생 조류에서 발생해 철새를 통해 대륙 간 이동하며, 닭과 오리 같은 가금류로 확산된다. 특히, 이 바이러스는 변이가 빠르고 다른 동물에게도 쉽게 전파될 수 있어 위험성이 크다.
현재까지 조류독감이 인간 간 전염된 사례는 없지만,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된 경우는 여러 차례 보고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간이 조류독감에 감염될 경우 사망률이 52%에 달한다.
UC 데이비스 수의학과 모리스 피테스키 교수는 이번 조류독감 유행을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현재 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 6개 대륙에서 다양한 동물 종뿐만 아니라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인간 간 전파 사례는 없지만, 농장 근로자와 같은 고위험군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텍사스 A&M 대학교 생물학 교수 벤자민 뉴먼 박사는 “백신 접종률 저하는 앞으로 가장 큰 공중보건 위협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성인용 백신 접종률이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집단면역의 안전망이 약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감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필수 예방접종이 변경되거나 완화될 경우, 가장 기본적인 공중보건 안전장치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독감 백신 접종률은 지난해 같은 시점보다 약 1,100만 도즈가 감소했으며, 2020년과 비교했을 때 약 4,900만 명의 미국인이 올해 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않았다.
뉴먼 박사는 “백신 접종률 감소는 홍역, 백일해, 수두 등 예방 가능한 감염병의 재확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인층, 어린이, 기저질환 환자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와 이동 증가, 감염병 확산 가속화
밴더빌트 의과대학 감염학 교수 윌리엄 샤프너 박사는 “기후 변화, 가족 모임, 여행 증가가 바이러스 확산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교에서 감염된 아이들이 가족과 이웃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백신 접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백신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각종 감염병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주의사항도 소개되었다.
노로바이러스 예방은 손 세정제 대신 비누를 사용한 철저한 손 씻기 및 음식을 충분히 익혀서 섭취하라고 권고했다. 인간 메타뉴모바이러스(HMPV) 예방으로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층은 개인위생 철저히 유지하고 감염자와의 접촉을 최소화 할 것을 권고했다.
전문가들은 “HMPV는 팬데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취약계층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개인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레이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