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성공회(The Episcopal Church) 숀 로우(Sean Rowe) 주교가 이민자, 난민, 그리고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복음의 이야기에서 중심적인 존재”라고 강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션 로우 주교는 2월 2일(주)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개신교 주류 교단의 공식적인 예배에서 누가복음 2장 22~40절에서 묘사된 아기 예수의 성전 봉헌 이야기를 중심으로 설교하며, 예수님의 사역이 “세상의 질서를 뒤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지만, 세상의 권력자들은 이를 다르게 본다”며, “오늘날의 지도자들은 부유한 자들이 첫째가 되어야 하며, 연민은 나약함이고, 정치적 충성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종, 계층, 성 정체성, 성적 지향과 같은 차이가 분열을 일으켜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이 퍼져 있다며, “이민자와 낯선 사람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려움과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강요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우 주교는 이러한 사회적 분열이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하나님의 나라에서 이민자, 난민, 트랜스젠더,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은 가장자리에서 불안에 떠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복음 이야기의 중심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후 성당 내부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는 이어서, “우리가 주변부라고 여겨왔던 사람들이야말로 세상을 구원할 존재들이다. 그들의 투쟁을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보게 된다”며,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의 질서를 뒤집는 “역전된(Upside-down) 나라”, 즉 “거꾸로 된 문화(counter-cultural)”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태도를 경계해야 한다며 “악은 우리를 분열시키고,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나라에 속해 있는지를 망각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그는 예배 참석자들에게 “자신과 다른 정치적 신념을 가진 사람들에게 평화의 인사를 건네고, 우리와 다르게 생기고, 다르게 살고, 다르게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우 주교의 이번 설교는 성공회 주교들이 최근 정치적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내놓고 있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지난달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국가를 위한 기도 예배(National Prayer Service)”에서 성공회 주교 마리안 버디(Mariann Budde)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인 발언을 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버디 주교는 예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이 나라에서 지금 두려움에 떠는 이들을 불쌍히 여겨 달라”고 요청하며,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 가정에도 성소수자 아이들이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농장에서 일하고, 사무실을 청소하며, 식당에서 접시를 닦고, 병원 야간 근무를 하는 이들은 대부분 범죄자가 아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배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강력히 반발했다. “이른바 ‘주교’라는 사람이 국가 기도 예배에서 나를 맹목적으로 비난했다. 그녀는 급진 좌파 성향의 반(反)트럼프 인사다. 그녀는 교회를 정치적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녀의 말투는 불쾌했고, 내용은 설득력도 없고 어리석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서 “그녀는 불법 이민자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며, “많은 불법 이민자들이 감옥과 정신병원에서 풀려나 미국에 들어왔다. 지금 미국에서는 거대한 범죄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공회 수장인 로우 주교의 설교와 버디 주교의 발언은 종교계의 정치 개입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들이 신앙적 메시지를 넘어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으며, 교회를 정치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면, 다른 이들은 그들이 예언자적 역할을 하며 사회적 정의를 외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