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5일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 스포츠 출전을 전면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이번 조치가 “여성 운동선수들의 공정한 경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력한 입장을 밝혔다.
한편, 구글과 메타, 디즈니, 테슬라 등 글로벌 대기업들도 다양성·형평성·포용(Diversity, Equity, Inclusion, DEI)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과 맞물려, 미국 사회가 포용과 평등보다 ‘공정 경쟁’과 ‘실용주의’로 변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 서명 후 발표한 성명에서 “여성 스포츠는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며, “남성이 신체적 우위를 가지고 여성 스포츠에 출전하는 것은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번 행정명령은 연방 정부 차원에서 모든 공립학교 및 체육 대회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의 출전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는 “나는 여성 운동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행동할 것이며, 미국의 스포츠가 공정성을 되찾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다수당인 여러 주에서 이미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으며,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시행되면 전국적으로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들의 출전이 차단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LGBTQ+ 단체와 인권 단체들은 이를 “차별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 내 주요 IT 및 글로벌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강조해 온 다양성(DEI) 정책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구글과 메타, 디즈니, 테슬라 등의 대기업들은 DEI 부서를 해체하거나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기업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다양성 정책을 폐지하거나 축소한 주요 대기업
구글(Google)
2024년 초, DEI 부서를 대폭 축소하고 관련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다. 내부적으로 DEI 프로그램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경영진이 “성과 대비 비용이 과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Meta)
2023년부터 DEI 관련 부서를 점진적으로 축소하기 시작했으며, 최근 관련 예산과 인력을 대폭 감축했다.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DEI 정책이 정치적 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디즈니(Disney)
2023년 대규모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DEI 부서의 다수 직원을 해고했다. 보수 성향의 정치인들과 투자자들이 “디즈니가 정치적 방향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하자, 이에 대응해 정책을 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Tesla)
일론 머스크 CEO는 DEI 정책에 대해 “기업 운영에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따라 테슬라는 DEI 관련 프로그램을 공식적으로 운영하지 않으며, 관련 부서도 다른 기업들에 비해 매우 미비한 수준이다.
월마트(Walmart)
최근 내부적으로 다양성 정책을 축소하고 있으며, 일부 프로그램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은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DEI보다 실질적인 성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의 DEI 정책 축소 움직임은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기조 변화를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에서는 DEI 정책이 “기업이 정치적 올바름(PC)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해왔다. 2023년 미 대법원의 ‘소수인종 우대 정책(어퍼머티브 액션) 폐지’ 판결 이후, 미국 내 DEI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침체와 비용 절감 움직임 속에서, 기업들이 DEI 부서를 유지할 경제적 이유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편, 인권 단체들은 “기업들이 DEI 정책을 축소하는 것은 사회적 다양성과 포용성을 후퇴시키는 위험한 움직임”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