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프란치스코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이민자 추방 계획을 강하게 비판하며, 불법 체류 신분만을 이유로 강제 추방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이며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은 미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근 미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신학적 관점에서 옹호한 J.D. 밴스 부통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기독교인은 불법 체류 신분을 범죄와 동일시하는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며, 추방 조치는 극심한 빈곤과 박해, 환경 악화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을 더욱 취약한 상태로 몰아넣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경 수비 책임자인 톰 호먼은 “교황은 바티칸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며 “국경 보호 문제는 미국 정부가 결정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밴스 부통령은 중세 가톨릭 신학 개념인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를 인용하며, 가족과 자국민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교황은 “진정한 기독교적 사랑은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선한 사마리아인의 사랑’처럼 모든 이에게 열린 형제애를 지향해야 한다”며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USCCB)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과 환경 문제, 사형제 확대 등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2024년 대선에서 가톨릭 유권자의 54%를 확보하며 이전보다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민 문제 외에도 미국과 바티칸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바티칸 자선기구 ‘카리타스 인터내셔널’은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원조 중단이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김미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