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미국 이민 전문가들이 영주권자 및 비시민권자들에게 불필요한 해외여행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권고했다. 최근 공항과 국경에서 입국 심사가 강화되면서 합법 체류자조차 추방되거나 입국을 거부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고는 지난 5월 2일 아메리칸 커뮤니티 미디어(ACoM)가 주최한 ‘공항과 국경에서의 권리’ 언론 브리핑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서 이민 변호사들은 특히 영주권자들이 장기 해외 체류 후 귀국할 때 세관국경보호국(CBP) 직원들로부터 영주권 포기 서류(I-407)에 서명하라는 강요를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서류는 자발적으로 영주권을 포기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언어 장벽이 있는 고령 이민자나 조건부 영주권자들이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만약 공항이나 국경에서 이 서류에 서명을 요구받을 경우, 영주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이민법원에서의 재판을 요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장기 해외 체류가 예정된 경우 출국 전 재입국 허가서를 준비하고, 세금 보고서, 임대 계약서 등 미국 내 생활 근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항과 국경에서의 전자기기 검열도 강화되고 있다. 이민자들은 휴대폰이나 노트북 등의 비밀번호 제공을 요구받을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하면 입국이 불허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비밀번호 제공은 법적 의무가 아니지만, 거부 시 불이익이 따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국경 100마일 이내는 ‘헌법 예외 구역’으로 분류돼, CBP가 영장 없이 검문·수색을 실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유학생 비자 대량 종료 사태도 발생해 혼란을 더했다. 연방 국토안보부(DHS)와 국무부는 유학생들에게 비자 취소와 SEVIS 계정 종료, 퇴학 통지서를 이메일로 발송했고, 이로 인해 약 5,000명의 유학생이 미국 체류 자격을 상실했다. 이후 연방 법원에 100건 이상의 소송이 제기되고 50건 이상의 가처분 명령이 내려지면서 일부는 기록이 복구되었으나, 자발적으로 출국한 학생들의 비자는 여전히 무효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미국뿐만 아니라 타국 입국 시에도 ‘추방 이력’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 이민 정책의 자동화와 AI 시스템 의존이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적절한 검토 없이 진행된 형사 기록 조회와 비자 종료 절차는 절차적 책임성과 투명성의 부재를 드러냈으며, 이는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다. 실제로 관광객, 유학생, 비즈니스 방문객의 연간 소비는 미국 경제에 수천억 달러 규모의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최근의 혼란은 미국 유학의 가치에 대한 해외의 회의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레이스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