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지휘자 정명훈(72)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명문 오페라 극장인 라 스칼라(Teatro alla Scala)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공식 선임되었다. 이로써 그는 라 스칼라 역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음악감독이 되는 영예를 안게 되었다. 정명훈은 2026년 말 리카르도 샤이(Riccardo Chailly)의 뒤를 이어 2027년부터 2030년 2월까지 임기를 수행할 예정이다.
라 스칼라 측은 정명훈과의 오랜 협업 관계를 높이 평가하며, 그가 오케스트라, 합창단, 필하모닉과의 긴밀하고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1989년 이후 그는 라 스칼라에서 9편의 오페라를 84회 공연하고, 141회의 콘서트를 지휘했으며, 이는 비상임 지휘자 중 최다 기록이다. 또한 그는 라 스칼라 필하모닉과 함께 독일, 중국, 일본, 한국 등지에서 국제 투어를 진행하며 극장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정명훈은 서울 출신으로, 피아니스트로서의 경력을 시작하여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공동 2위를 수상한 바 있다. 이후 그는 지휘자로 전향하여 파리 오페라,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도쿄 필하모닉, 서울시립교향악단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에서 음악감독을 역임했다. 특히 서울시향에서는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음악감독으로 재직하며,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도이치 그라모폰과 음반 계약을 체결하고 BBC 프롬스에 데뷔하는 등 한국 클래식 음악의 국제화를 이끌었다.
이번 선임은 아시아 출신 지휘자가 유럽 최고 권위의 오페라 극장에서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사례로,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정명훈은 라 스칼라의 예술감독인 포르투나토 오르톰비나(Fortunato Ortombina)의 임기와 함께 2030년 2월까지 극장의 음악적 방향을 이끌게 된다.
정명훈은 이번 임명에 대해 “라 스칼라와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되어 영광스럽다”며, “예술적 전통과 혁신을 조화롭게 이어가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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