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출생 시민권 제한 행정명령 관련 역사적 판결 앞둬

트럼프 행정부 행정명령 효력 중지 놓고 전국적 소송… 14차 수정헌법 해석의 분기점

미국 연방대법원이 5월 16일(목),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 당시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 14160호에 대한 청문회를 열고 헌법적 판단을 예고했다. 해당 행정명령은 불법 체류 중이거나 임시 합법 신분인 어머니, 그리고 시민권자 영주권자가 아닌 아버지 사이에서 미국 내에 태어난 자녀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워싱턴,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등지의 연방법원 판사들은 전국적 차원의 효력 정지 명령을 내렸고, 이번 대법원 청문회는 하급 법원이 대통령 행정명령을 전국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헌법 제3조 및 수정헌법 제14조와 관련해 열띤 논쟁이 펼쳐졌다.

이번 사안은 22개 주를 아우르는 3건의 소송과 수많은 이민 옹호 단체들이 연합해 제기한 것으로, 대법원 6인의 보수 성향 판사 중 5인은 하급심의 전국적 효력 중지 권한 제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보였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명한 3인의 판사들이 포함되어 있어, 이번 판결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보수 성향의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이번 사안에서 원고 측이 집단 소송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집단 소송은 영향을 받는 대상과 범위를 판사가 더 엄격히 판단해야 하므로, 단순한 정책 검토보다 높은 기준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에는 최소 한 명의 불법 체류자를 부모로 둔 미국 출생 아동이 약 550만 명, 그중 양부모 모두가 불법 체류자인 경우는 약 180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릴 경우, 해당 아동들은 더 이상 시민권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이번 판결은 미국 헌법 수정 제14조의 시민권 조항에 대한 127년간의 해석을 뒤엎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해당 조항은 1868년 남북전쟁 이후 도입되었으며,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은 미국과 그들이 거주하는 주의 시민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조항은 1857년 드레드 스콧 사건의 판례를 무효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으며, 이후 1898년 ‘왕김아크 사건(Wong Kim Ark)’을 통해 부모의 이민 신분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는 시민권을 갖는다는 판례로 확립되었다.

하지만 일부 법무부 및 보수 진영은 “미국의 관할권에 속한다(subject to the jurisdiction)”는 표현이 애매하다고 주장하며,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문구를 근거로 외국 국적 부모의 아이는 시민권을 가질 수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195개국 중 미국을 포함한 35개국만이 출생지를 기준으로 시민권을 무제한으로 부여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서반구에 집중되어 있다. 그 외 40여 개국은 부모의 법적 지위나 거주 기간에 따라 시민권을 제한적으로 부여한다.

출생 시민권 제도는 고대 로마와 그리스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시민 개념의 핵심으로 간주되며, 최근 수십 년 사이 영국,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여러 나라가 이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출생 시민권을 노리는 이른바 ‘출산 관광’도 사회적 논란이 되어왔으며, 2020년 기준 연간 약 2만~2만6천 명이 이를 목적으로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방대법원의 최종 판결은 오는 6월 말에서 7월 초 사이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며, 이번 결정은 미국 내 이민 정책뿐만 아니라 헌법 해석 역사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레이스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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