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남, ‘루프탑 코리안’ 사진 게시로 논란… 한인사회 “역사적 상처 조롱”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최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1992년 LA폭동 당시 무장을 한 채 옥상에서 점포를 지키고 있는 한인 자경단의 사진을 게시하며 “루프탑 코리안들, 다시 위대해지라!(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라는 문구를 덧붙여 한인사회와 시민단체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사진은 1992년 로드니 킹 구타 사건 이후 촉발된 LA 폭동 당시,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한 한인 상인들이 직접 무기를 들고 자신의 가게를 지키는 모습을 담은 것으로, 당시의 긴박하고도 비극적인 상황을 상징한다. 이 사진은 LA타임스의 강형원 사진기자가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그는 “사진이 부적절한 맥락에서 사용됐다”며 게시 중단을 요구했고, 현재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 단체와 지역 사회는 이번 게시물이 단순한 유머나 정치적 수사로 보기에는 너무나 민감한 사안을 건드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LA 한인회는 “1992년 LA폭동은 한인사회에 깊은 상처로 남아 있으며, 당시 많은 한인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았고, 재산을 잃었으며, 경찰과 언론으로부터 외면당한 채 고립되었던 역사적 비극”이라며 “이런 상처를 정치적 목적이나 SNS 유행어처럼 사용하는 것은 무책임하고도 모욕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트럼프 주니어가 해당 사진을 게시한 시점은 최근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불법 이민자 단속을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하고, LA 시내 곳곳에서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였다. 일부에서는 이를 ‘자경단의 정당성’을 간접적으로 주장하려는 시도로 해석하며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해당 게시물은 SNS 상에서 빠르게 퍼지며 한인 커뮤니티뿐 아니라 주류 언론과 인권단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사진 속 실제 인물과 촬영자의 동의 없이 역사적 맥락을 왜곡해 게시한 점에 대해 “기본적인 언론 윤리와 역사 인식조차 없는 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 주니어 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한인사회와 시민단체들은 공개적인 사과와 게시물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미아 기자

Previous article美 주요 도시서 반(反) 트럼프 시위 확산…“탄핵하라”고 외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