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워싱턴주가 최근 제정한 고해성사 내용 아동학대 의무보고법(SB 5375)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미 법무부는 24일, 타코마 소재 워싱턴 서부 연방지방법원에 중간소송 참가신청을 통해 공식적으로 소송에 동참했다. 문제가 된 SB 5375 법안은 오는 7월 27일부터 발효 예정으로, 사제 고해성사에서 접수된 아동학대 고백도 법적 신고 의무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해당 법은 민주당 소속 밥 퍼거슨 주지사가 5월에 서명해 법제화되었으며, 주 상·하원 모두 당파적 구도로 통과됐다.
연방법무부는 이번 조치가 “가톨릭 사제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해, 고해성사라는 신성한 종교 의식을 사실상 무력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소송 문서에는 “고해성사는 가톨릭의 7성사 중 하나로, 교회의 핵심 신앙이며 사제와 신자 간의 고해 내용은 절대 비밀이 보장돼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미트 딜론 연방 법무부 시민권국 차관보는 “가톨릭의 성사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법률은 미국 사회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며, “이번 법은 사제들이 교회와 신앙의 의무 사이에서 범죄 처벌의 위협을 받으며 선택을 강요받게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주 정부의 공격에 연방정부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워싱턴주 민주당 측은 “이 법은 종교 탄압이 아니라 아동 보호를 위한 필수 조치”라고 맞섰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프레임 상원의원은 “성직자도 교사나 의사처럼 아동과 밀접한 역할을 하기에, 아동학대 의무신고자는 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애틀 대교구장 폴 에티엔 대주교는 공식 성명을 통해 “사제는 고해성사 중 알게 된 아동학대 사실을 법적으로 신고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그럼에도 아동 성폭력 근절과 피해자 회복을 위해 계속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는 교회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선 과도한 개입이며, 종교의 자유를 위협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안은 종교의 자유와 아동 보호라는 두 가치를 둘러싼 충돌로,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연방법무부는 이 법안을 둘러싼 민권 조사에 착수한 바 있으며, 이에 대해 무신론 인권단체인 ‘자유를 위한 종교 없는 재단(FFRF)’은 “이 법은 종교가 아니라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방정부의 개입을 비판했다. FFRF 공동대표 애니 로리 게일러는 “종교적 특권을 앞세워 아동학대를 은폐하는 것을 종교의 자유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며, “의무신고법은 제도적 침묵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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