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에서 불교 고위 승려들이 연루된 성추문과 공갈 사건이 드러나면서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미스 골프’로 알려진 35세 여성 윌라완 엠사왓은 고위급 승려들과 성관계를 맺은 뒤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거액의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15일 현지 매체는 여성이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경찰에 따르면, 윌라완은 지난 3년간 최소 9명의 고위 승려들과의 관계를 통해 약 3억 8,500만 바트(한화 약 164억원)에 달하는 돈을 갈취했다. 그녀의 집에서는 8만 장이 넘는 사진과 동영상, 채팅 기록이 발견됐으며, 이는 승려들을 협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특히, 방콕의 유명 사찰에 소속된 한 고위 승려는 그녀로부터 임신 사칭 협박을 받았고, 720만 바트(약 3억 700만원)의 금전을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승려는 해외로 도피했고 결국 승적을 자진 반납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9명 이상의 승려가 사찰에서 추방되거나 자진 퇴출됐으며, 일부는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태국 국왕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일부 승려들에 대해 왕실 칭호 박탈 명령을 내렸으며, 정부는 사찰의 재정 투명성과 승려의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편에 착수했다. 사찰 재정 내역 공개와 성비위 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 확대가 논의 중이며, 경찰은 일반 시민들이 승려의 부정을 신고할 수 있는 온라인 창구를 마련했다.
태국은 국민의 약 90%가 불교를 신봉하는 나라로, 승려는 도덕성과 정신적 지도자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국민적 신뢰를 흔들고 있으며, 언론과 시민 사회에서는 승려들이 더 이상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부 지식인들은 불교계의 권위주의적 구조와 내부 비리, 도덕적 해이를 비판하며 제도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경찰은 이 사건에 연루된 주지스님과 원로스님 등 최소 9명이 승려 직에서 쫓겨났다면서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승려를 신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수사가 불교 종단에 해를 끼치기 위해 진행된 것이 아니라, 스님들에 대한 피해를 막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는 “골프 여사의 외모가 소셜미디어(SNS) 프로필 사진과는 차이가 있었음에도 그의 유혹 전략이 높은 성공률을 보인 것이 놀라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