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 주 LA 교외의 고급 주택에서, 머리를 흔들려 두부 출혈을 입은 생후 2개월 아기가 병원에 실려 오면서 시작된 한 건의 학대 신고가 전국적인 대리출산 사기 및 아동 인신매매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사건의 중심에는 중국계 미국인 부부, 실비아 장(38)과 궈쥔 쉬안(65)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설립한 ‘마크 대리출산’이라는 회사를 통해 미 전역에서 대리모를 모집하고, 현재까지 총 21명의 아이를 출산해 키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부부의 LA 아케이디아 자택을 수색한 결과, 6명의 보모가 15명의 아기와 유아를 돌보고 있었고, 이들 중 상당수는 신체적·정서적 학대 정황이 발견됐다. CCTV 영상에는 아기를 흔들거나 체벌하는 모습, 반복적인 구보와 뺨을 맞는 장면이 포착되었고, 병원에 실려 온 아이 역시 보모의 학대 장면이 영상으로 확인됐다.
부부는 이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자녀라고 주장했지만, 아이들의 출생 시기가 서로 겹치거나 너무 가까워 자연 출산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과 FBI는 수사에 착수, 아이들이 대리모를 통해 출산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중에는 “단지 아기를 간절히 원하는 불임 부부를 돕는 줄 알았다”며 출산에 응한 대리모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출산 후 아이를 중국으로 보낸다거나, 정식 대리출산 기관이라 소개받은 여성들은 나중에서야 모든 것이 이 부부의 집 주소였다는 점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NBC, CBS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따르면, 대리모 중 일부는 아기의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페이스북 메신저나 이메일로만 소통하며 출산에 응했다. 한 여성은 “출산 직후 현금 2000달러를 건네받았고, 아버지가 될 남성은 병원에 늦게 도착해 아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며, “완전히 거래처럼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실비아 장과 쉬안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저 아이들을 사랑한다. 절대 팔지 않았다. 우리는 재력도 있고 아이들을 잘 돌본다”고 주장했지만, 부부의 자택에서 아기를 돌보던 보모가 아동학대 혐의로 도주 중이며, 현재까지 학대를 받은 아이들은 위탁가정으로 보호 조치된 상태다.
이들의 회사였던 마크 대리출산은 6월 폐업했으며, 사이트에는 미국 및 국제 고객과 대리모를 연결해주는 기관이라 소개돼 있었다. FBI는 해당 기관이 중국 고객과의 연계, 해외 아기 판매 시도, 불법 출생 등록 및 시민권 취득 목적의 악용 가능성을 포함해 다방면의 범죄 여부를 수사 중이다.
미국 대리출산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중국 자본의 집중 유입으로 급성장해 왔다. 에모리대 연구에 따르면, 2014~2020년 대리모를 이용한 미국 부부 중 3분의 1이 외국 국적이며, 그중 41%가 중국인이었다. 특히 출산 즉시 미국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다는 점은 출생지 시민권 제도의 허점을 노린 수요를 자극해왔다.
FBI는 부부의 진짜 목적이 ‘자녀 양육’인지, 혹은 ‘아이를 통한 이익 취득’인지 규명하기 위해 정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그레이스 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