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비영리단체 전국아태계노인센터(NAPCA)에서 제작하고 일본계 리사 모리토모(Risa Morimoto) 감독은 최근 미국내 아시아계 노인들에 대한 15분짜리 단편 다큐멘터리영화 연작을 제작했다.
각각의 영화마다 노년의 부모를 간병하는 아시아계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는 몸이 불편한 부모의 거동을 돕고, 종종 벌어지는 감정기복에 당황하며, 때로는 갑자기 크게 화를 내는 노인의 모습에 곤란해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영화는, 이제는 미국에서 보기 힘든 가족들이 노인을 돌보는 아시아계 가족의 힘든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 영화를 만든 NAPCA의 베니 라이(Benny Lai) 사무총장은 노인 간병이 숭고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라이 사무총장은 “노인 간병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간병하기로 했으면 준비해야 한다”며 이 영화를 만든 취지를 밝힌다.
그러나 아시아계 노인들의 목소리는 사회적으로 무시 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노인을 간병하는 자녀들 역시 오랜 시간 노력과 인력을 각오해야 하는 형편이다.
비영리단체 PIK2AR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타주 노인간병 가족들은 평균 5년 이상 노인을 간병해왔으나, 이들 중 67%만이 노인간병 훈련을 받았고, 26%만이 지원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아시아계 노인간병 가족들의 사례를 알리기 위해 PIK2AR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칼라니 투쿠아푸(Kalani Tukuafu) 국장은 “어르신을 모시는 것은 아태계에게 있어 큰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미국 일반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고 취지를 밝혔다.
보스턴의 비영리단체 아시안아메리칸 리소스 워크샵(AARW)의 다이아나라 리베라(Dianara Rivera) 국장은 노인간병 문제는 이제 개별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차원에서 다가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는 “많은 아시아계 간병 가족들이 외부에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며 “가족간의 일을 외부에 알리기도 꺼리고, 외부에 도움을 청해도 거절당할까봐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그는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노인간병 가족들의 사례를 알리고, 미국 사회와 정치권에 관심과 지원을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열심히 일하고 이제 나이를 먹은 이민1세들이야말로 아시아계 이민사회를 세운 주축들이기 때문이다.
미네아폴리스의 비영리단체 동남아시아 디아스포라(SEAD) 프로젝트의 공동 상임이사인 제시카 에커스토퍼(Jessica Eckerstorfer)는 ‘우리의 즐거움을 이해하자’(Knowing Our Joy)는 주제로 어르신들이 미국에 오기 전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스토리 수집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17명의 청년 스토리텔러와 20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어르신들을 모시고 이야기 수집 만찬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녀는 “많은 어르신들이 이야기 수집이나 출판 과정에 대한 경험이나 언어가 부족하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앞서 세대 간 협업을 통해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에커스토퍼 상임이사는 이러한 스토리 수집 과정을 통해 많은 참가자들이 베트남 노인의 경우처럼 전쟁 트라우마를 넘어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일 및 가슴속 깊히 담아 놓았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털어놓기도 한다고 했다.
“‘스토리텔링’은 사람들이 다양한 기억을 통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라며 “아시아계 뿐만 아니라 비아시아계 미국인들은 전쟁을 겪은 한인과 베트남계 노인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이들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게 됐다”고 감상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