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의 유언과 관계없이 배우자나 자녀 등 상속인에게 상속분을 보장해주는 ‘유류분’ 제도가 큰 변화를 맞게 됐다.
2019년 가수 구하라 씨가 사망하자 20년간 연을 끊고 지낸 친모가 유산의 40%를 받아 가 공분이 일었던 것이 유류분 제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형제자매에게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패륜 행위를 한 가족에게도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을 상속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민법 관련 조항에 대해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민법에는 자녀·배우자·부모·형제자매가 상속받을 수 있는 지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피상속인이 사망 시 유언을 남기지 않으면 규정에 따라 유산이 배분된다.
유언이 있더라도 자녀·배우자는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데 이게 유류분이다. 유류분은 특정 상속인이 유산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하고 남은 유족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1977년 도입됐다.
고인이 유언을 남겼더라도 유족에게 일정 비율의 재산을 물려주도록 하는 유류분 제도, 헌법재판소는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일부 조항에 대해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우선 고인의 형제·자매에게도 유류분을 주도록 보장하는 건 그 자체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번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유류분 규정은 도입 47년 만에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헌재는 2025년 12월을 시한으로 국회의 개정이 있을 때까지만 헌법불합치 조항인 현행 민법1112조 1~3호(자녀·배우자·부모의 유류분)를 적용한다고 했다.
헌재는 또 고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가 없는 형제자매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민법에는 위헌 결정을 내려 즉시 무효로 만들었다. 헌재는 유류분 상실 사유 등 규정을 두지 않은 것도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일반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반한다”라며 “유류분 상실 사유를 별도로 규정하지 아니한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밝혔다. 헌재는 유류분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하면서도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나 패륜적 자녀를 유류분 청구 대상에서 제외할 기준이 없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
고인을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가 상속 시 인정받는 기여분을 유류분 산정 시에는 고려하지 않는 계산 방식도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유류분 제도는 고인의 상속 재산이 주로 장남에게 돌아가던 시절 여성과 다른 자녀의 공평한 이익을 위해 도입됐지만, 사회구조와 가족의 형태가 달라지면서 도입 취지가 퇴색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인을 장기간 돌보지 않았거나 학대했던 유족들까지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관련 규정은 내년 말까지만 효력이 인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