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45명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내달 8일(현지시각) 열리는 상원 탄핵 심판에서 유죄 평결이 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상원에서 유죄 평결이 나려면 의원 100명 중 3분의 2인 67명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상원 의석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0석을 차지하고 있다. 즉 민주당 의원이 모두 찬성하고 공화당에서 최소 17명이 동의해야 탄핵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번에 공화당 의원 45명이 탄핵 반대 입장으로 기울면서 트럼프 탄핵이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탄핵 반대는 랜드 폴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트 롬니, 벤 사세, 수전 콜린스, 리사 머코스키, 팻 투미 등 의원 5명은 탄핵에 찬성했다.
앞서 롬니 의원은 지난해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에서도 찬성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탄핵에 동의한 유일한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다.
민주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의회 난입 사태의 폭력을 주동했다고 주장, ‘내란선동’ 혐의로 탄핵을 주도해왔다. 의회 난입 사태 전 연설에서 한 그의 발언이 시위대의 폭력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러나 시위대를 향해 폭력 행위에 가담하지 말 것을 촉구하고 “평안히 집으로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전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 역사상 두 차례 탄핵된 첫 대통령이자 퇴임 후에도 상원 심판을 받게된 첫 번째 대통령이다.
탄핵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퇴임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합헌성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대통령을 탄핵하는 건 위헌이란 입장이다.
폴 의원은 “연설에서 ‘싸움’이라는 단어를 비유적으로 사용한 모든 정치인들을 탄핵할 작정이냐”며 동료 의원들에게 탄핵에 반대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수요일(20일) 정오부터 헌법에 명시된 어떤 직책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는 민간인이다”라면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위헌임을 강조했다.
제임스 랭크포드 의원도 성명을 내고 “이것은 재판이 아닌 정치 공연장이다. 이미 자리를 비운 누군가를 제거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재판에선 현직 대통령도, 대법원장도 없고 직에서 물러날 사람도 없다”면서 “우리 나라가 단결해야 하는 순간에 이번 재판은 더 깊은 분열만 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다수 의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연설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나 취임 후 탄핵에는 반대하는 분위기다.
이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의원들은 당 내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원 탄핵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리즈 체니 의원 등 공화당 하원의원 9명은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혔었다.
임기 후 탄핵 심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재판은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에선 롬니 의원과 머코스키 의원이 이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슈머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행동에 대한 진실과 책임이 필요하다. 그의 탄핵 재판은 미국 상원에서 진행될 것이다”라고 썼다.
이에 반해 앨런 더쇼비츠 하버드대 로스쿨 명예교수 등 일부 헌법 전문가들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더쇼비츠 교수는 지난 17일 폭스뉴스에서 임기 만료된 대통령의 탄핵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이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은 매우 명확하다. 현직 대통령을 공직에서 파면하는 게 탄핵의 주체와 대상 그리고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탄핵은 오로지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하며 상원이 퇴임한 대통령을 탄핵할 헌법상 권한이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임기가 끝난 공직자에 대해 탄핵한 전례가 두 번 있었다면서 1974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닉슨 전 대통령은 상하원에서 탄핵안 가결이 확실시되자 스스로 사임했는데 의회가 탄핵을 중단했다고 덧붙였다.
[출처] 에포크타임스 한글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