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는 기독교인이 3명 등장한다. 오징어 게임을 본 목회자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으로 묘사된 기독교인의 모습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세상이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겠느냐는 자성도 있었다.
청년사역연구소장 이상갑 산본교회 목사는 3일 오징어 게임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 나타나는 기독교인의 모습이 너무 부정적”이라며 “3번 모두 너무 부정적으로 그려져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특히 이 목사는 오징어 게임 말미에 등장하는 거리 전도자의 모습을 바라보며 “여기엔 세상이 바라보는 기독교인의 이미지가 그대로 드러난다”고 씁쓸해 했다.
오징어 게임 최후 승자가 된 주인공은 눈이 가려지고 양손이 뒤로 묶인 채 비오는 거리에 버려진다. 다른 행인들이 주인공을 무시하고 지나갈 때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던 한 전도자가 주인공에게 다가가 그의 안대를 벗겨준다.
이 목사는 “이때 그 전도자가 하는 말은 ‘괜찮아요?’가 아닌 ‘예수, 믿으세요’다”며 “차라리 말을 하지 않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다가가서 조용히 그를 붙잡아 일으켜 줬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건 예수천당 불신지옥이 아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고통당하고 고난당하는 이들을 조건 없이 품고 섬겨주는 것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극 중 등장하는 다른 두 명의 기독교인에 대해서도 짧게 글을 남겼다. 그는 징검다리 건너기 게임에서 다른 사람을 밀어 떨어뜨린 뒤 자신이 살았다고 감사 기도를 드리는 244번 인물에 대해 “그는 성도로 볼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이 목사는 “진짜 성도에게는 타인의 죽음과 고통을 긍휼의 시선으로 본다. 그것이 내 감사제목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240번 참가자 지영이의 사연을 통해 등장하는 그의 아버지에 대해서도 “직업으로 목사를 선택하고서 위선적인 삶을 살아가는 유형”이라며 “이런 부류라면 성령이 함께하지 않는 그냥 나쁜 인간”이라고 했다. 지영은 자신의 사연을 얘기하며 자신의 아버지가 목사였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런 그가 엄마를 때리고 자신한테 그 짓을 하고 나면 항상 우리 죄를 사해 달라 기도를 했다고 했다.
이 목사는 “사람들은 말이 아닌 삶을 본다. 삶이 예배되게 해야 한다”며 “한국교회와 기독교인들이 교회 중심, 자기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의 반응은 영화 속 반응과 같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 역시 자신의 SNS에 “분하기도 하고 안타깝기 그지없다”며 “최근 국내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시청한 드라마라고 하는데, 그들 눈에 기독교의 모습이 어떻게 이미지화 됐을지 생각하면 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김학중 안산꿈의교회 목사 또한 “인간성의 함몰과 진실한 관계의 상실이 가득한 게임장 안, 살아남은 사람들 사이에 진실한 우정과 사랑은 가능할까”라며 단상을 나눴다. 그는 “그 진실한 우정과 사랑의 단초를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이 스친다”며 “오징어 게임장과 같은 이 시대 속에 복음과 교회, 그리고 크리스천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된다”고 전했다.
출처: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