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주의와 결합해 의사당 폭동 유발
일종의 유사 종교로 발전 가능성
지난 6일 워싱턴DC 국회의사당 폭동 사태로 수면위로 드러난 Q아논 음모론이 극단주의와 결합해 일종의 유사 종교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Q아논 음모론이 트럼프 퇴임 및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에도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비영리단체 에스닉 미디어 서비스(EMS)는 지난 22일 Q아논, 자생적 테러,민주주의의 위협이라는 주제로 화상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메일리 크리지스 아메리칸 대학 양극화 극단주의 연구소 연구원, 콜린 P. 클락 소우판 센터 선임연구원, LA소재 라티노 교회 전문 연구 신학자 리카르도 코조 모레노가 참석했다.
워싱턴DC국회의사당 난동 전날인 1월 5일, 수백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은 국회의사당에 모여
‘여리고 대행진’을 벌였다. 전투에서 유대인들이 여리고 성의 주변을 돌았더니 성벽이 무너졌다는 성경의 일화를 따른 것이다. 1월 6일 난동 당일날에도 기독교 상징물들은 트럼프 깃발과 반유대주의 상징, 네오나치 상징물과 함께 나란히 등장했다.
최근 EMS에서 주최한 화상 기자회견에서 LA 이민자권리연합 선임연구원이자 신학자인 리카르도 모레노 씨는 “국회의사당 난동 현장에는 성경, 십자가, 로사리오, 설교, 무릎꿇고 기도하기가 목격됐다”며 “심지어 국회의사당에 침입하는 순간에도 이들은 신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요한 문제는 이러는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지지자들의 행동에는 국가주의, 백인우월주의와 함께 종교, 특히 일부 기독교 극단주의가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Q아논(Q-Anon)이라고 불리는 음모론 추종자들도 Q 상징물과 함께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나타났다. 국회의사당에 나타난 일명 ‘Q 아논 샤먼’ (Q-Anon Shaman)과 국회의사당에 침입하려다 총에 맞고 사망한 미 공군 퇴역군인 애쉴리 배빗 (Ashley Babbitt) 역시 Q아논 추종자였다는 사실이 조사결과 드러나고 있다.
뉴욕에 위치한 안보연구기관 소우판 센터 (Soufan Center)의 선임연구원이자 카네기 멜론 대학 정치학연구소 조교수인 콜린 P. 클락은 기자회견에서 “흔히 말하는 ‘극우’라고 하는 개념은 사실
매우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라며 “극우란 표현은 프라우드 보이스, 오스 키퍼, 3퍼센터 등 다양한 집단을 모두 포함한다”고 말했다. 그는 “Q아논부터 시작해 기독교 극단주의나 종교 신봉자까지 너무 다양해 하나의 개념으로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상당수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예수의 재림’이라고 믿기도 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칸 대학의 양극화 극단주의 연구소(PERIL)의 메일리 크리지스 프로그램 연구원은 “상당수 Q아논 추종자들은 이른바 ‘심판의 날’ 또는 ‘폭풍’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들은 정부기관에 사악한 소아성애자들이 숨어있으며, 폭풍의 날이 오면 이들이 모두 적발돼 처형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지스 연구원은 기자회견에서 “폭풍의 날이 언제인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쟁이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모여 “선거 도둑질은 중단하라” “국회의사당을 내놓아라”라고 외치며 트럼프를 옹호했다.
최근 성행하는 Q아논 음모론은 백인우월주의와 관련이 없는 보통사람들까지 끌어들이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 근본주의 언론인인 아드리안 라 프랑스는 아틀란틱 매거진 (The Atlantic magazine)에서 “Q아논은 미국에서 태어난 유사종교가 됐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리카르도 모레노도 프랑스의 의견에 공감했다. 그는 “라티노 교회를 포함해 일부 복음주의 교회에서 트럼프를 추종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선거에 승리해 기독교 이념을 실현할 것이라는 설교가 유행했다”고 말했다.
모레노는 일부 기독교 극단주의자들이 트럼프를 따르는 이유에 대해 “기독교 강경파들을 중점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기독교 우익 이념을 정책에 반영한 정권은 트럼프 정권 뿐이었다. 심지어 부시 정권도 이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모레노는 주 이스라엘 미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한 트럼프의 정권의 외교정책을 좋은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정책을 실행에 옮긴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 밖에 없었다”며 “예루살렘이 세계의 중심이 되면 아마게돈이 펼쳐지고 예수 그리스도가 재림한다는 일부 복음주의자들의 예언을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클락은 일부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폭력적 백인우월주의가 ISIS의 지하드 이념과 비슷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클락은 “백인우월주의자들 지하디스트들은 추종자들을 모집하는 방법, 프로파간다 방식, 광기 수준의 열정 면에서 서로 비슷하다”며 “백인우월주의와 지하드는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닮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인우월주의자들은 무슬림을 비롯한 모든 비백인 인구를 증오한다”고 설명했다. 클락은 “일부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권위주의적 성향은 트럼프와 같은 ‘스트롱맨’ 추종으로 이어지곤 한다”며 “일부 대형교회 목회자가 자신을 신에게 선택받은 선지자로 선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프라우드 보이스’ 등 백인우월주의 단체는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면서 복음주의적 기도문을 외쳤다. 이에 대해 모레노는 “시위대들은 종교적 믿음에 따라 자신들의 행동이 남들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믿음은 트럼프 임기 종료 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라티노 교계를 연구하는 모레노는 “미국 및 라틴 아메리카 내 일부 복음주의적 라티노 교회는 트럼프의 선거 패배가 확실해지자 크게 분노했다”며 “이들은 트럼프가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절대적으로 믿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은 지금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악마이며, 기독교를 탄압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런 믿음이 당분간 계속될 것 같아 두렵다”고 강조했다.
모레노는 “트럼프 퇴임 후, 바이든 정권 취임 후에도, 이 같은 믿음은 음모론, 기독교 근본주의, 백인우월주의와 합쳐져 일종의 새로운 종교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