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간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 사례 2800건 접수, 한인 피해 15%
“아시안 증오 범죄 사례 늘고 있다.” 아시안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 등 이민단체 밝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 사례가 잇달아 보고되는 가운데, 한인들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분서이 지난 2월 19일 에스닉미디어서비스 주최 온라인 기자회견에 나왔다.
미국의 아시안 인권단체 연합기구인 아시안퍼시픽 정책기획위원회(A3PCON·이하 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11개월간 미국 47개 주 및 워싱턴DC에서 2800건의 증오범죄 사례가 접수됐다.
한인들이 피해자인 사건은 이 중 15%인 420건으로 기록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내 한인들이 매주 10건 가까이 인종차별과 증오범죄를 겪고 있는 셈이다. 가장 증오 범죄를 많이 당하는 이민자들은 중국계로 41%를 기록했고, 한국계가 2위를 차지했다. 이어 베트남계가 9%, 필리핀계 8%, 일본계 8%였다.
증오 범죄와 차별 유형으로 가장 많은 것은 언어폭력(45%)이었으며, 아시안에 대한 서비스 거부(22%), 적대적인 신체접촉(10%), 아시안에게 기침 및 침 뱉기(8%), 직장 내 차별(7%), 재산상 손해 및 낙서(6%)가 뒤를 이었다. 인종차별 및 증오 범죄를 겪는 장소는 약국과 식품점 등 개인사업장(38%), 공공장소 및 인도(22%), 공원(12%), 대중교통(8%) 순이었다.
또한, 아시아계 여성은 남성보다 2.5배 이상 증오범죄의 표적이 됐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행위도 7%나 됐다.
이 단체의 만주샤 컬카니 변호사는 “혐오범죄와 인종차별 대다수는 아시안 이민자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집중됐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알래스카와 하와이 등 아시안에 대해 호의적인 주 및 도심 지역에서도 신고가 접수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건 가운데 미국 연방 민권법 위반으로 기소될 수 있는 직장 내 차별, 서비스 거부, 대중교통 탑승 거부는 10%에 불과했다. 미국 연방법은 인종, 성별, 사회계층을 겨냥한 증오 범죄에 대해 가중 처벌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쿨카니 변호사는 “밀치기, 떠밀기, 깡통이나 병 던지기 등은 단순 폭력으로 간주되며, 인종차별적 동기로 저질러졌음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따라서 아시안을 대상으로 한 상당수 인종차별 행위는 연방법상 증오 범죄로 기소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 검찰들도 이런 행위를 증오 범죄로 기소하기를 꺼리고 있다”며 “미국 전체를 관할하는 연방수사국(FBI)은 지역 검찰에서 올려보내는 범죄 통계에 바탕을 둬 분석하기 때문에, 실제로 지방에서 기소되지 않은 증오 범죄가 더욱 많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영리 법률단체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 (Asian Americans Advancing Justice, AAAJ)의 변호사이며 회장인 존 C. 양 (John C. Yang)은 “이 같은 인종차별 행위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정당화되고 있어 법적으로 대응하기 더욱 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 19를 ‘우한 바이러스’, ‘중국 전염병’ ‘쿵 플루’ 등으로 지칭하는 등, 특정 아시아 국가를 공격하면서 아시안에 대한 차별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태도가 19세기 초 중국인 배제법 (Chinese Exclusion Act of 1882)이나 2차대전 당시 12만 명 일본계 미국인 수감 사건을 연상케 한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아시안, 흑인, 라티노, 아메리카 원주민을 겨냥한 인종차별 바이러스는 진짜 바이러스만큼 심각하다”며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서는 분열이 아닌 단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월 26일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아시안 혐오행위 규탄 방침을 발표했다.
이 방침은 연방 법무부와 지역사회 비영리단체가 협력해 인종차별 행위를 방지할 것을 명령하고 있다. 양 회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성명은 긍정적 신호”라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증오 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소수민족 간 대화의 장 마련, 인종화합 운동에 대한 재정적 지원 등이 필요다”고 밝혔다.
팬데믹 기간 중 인종차별 사건으로 인해 우울증이나 정신적 고통을 겪는 아시아계가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계인 신시아 최 아시아계 혐오 중단촉구 센터 (Stop AAPI Hate center) 소장은 “특정 인종에 대한 우월의식 및 피부색에 다른 차별을 방지하기 위해 학교 차원에서 인종에 대한 폭넓은 토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A 코리아타운 이민노동자연합의 호세 로베르토 헤르난데스 회장은 “현재 미국에는 백인이 아닌 사람들을 공격하는 ‘아메리카 퍼스트’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에 따르면 LA 코리아타운 인구는 12만 명에 달하며, 라티노 53%, 아시안 32%, 백인 7%를 기록하고 있다. 코리아타운에는 현재 600여 개의 식당과 2000여 개의 소매점이 영업하고 있다.
그는 “미국은 백인만의 국가가 아니며,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코리아타운이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료보험 개혁, 주거 및 대중교통 개선, 인종별 소득 격차 해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