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국 47개 주의회에서 투표권 관련 법안 400개가 발의된 가운데, 연방의회에서는 투표소 접근권 보장 및 인종에 따른 투표권 차별을 방지하는 법안 두가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인민을 위한 법안(For the People Act)과 존 L. 루이스John L. Lewis 선거권 발전법안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법안은 외부 선거개입 방지, 금권 정치 방지, 선거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반시설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은 또 선거구 재획정을 위한 초당파 위원회 설립, 연방선거 투표를 보장하기 위한 사전선거기간 15일 보장, 우편투표 확대, 자동 유권자 등록 등을 규정하고 있다.
웬디 바이저 뉴욕대학교 로스쿨 브레넌 센터 민주주의 프로그램 국장은 최근 에스닉미디어서비스(EMS) 주최 기자회견에서 “이들 법안은 오늘날 유행하고 있는 투표억압을 방지하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짐 크로우 시대 이래로 미국민의 투표권이 이처럼 위협받은 적이 없다”며 “특히 주의회 차원의 선거구 재획정 방해공작은 유례없는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브레넌 센터는 아칸소, 조지아, 아이오와, 유타 주에서 발효된 360개 이상 법안에 대해 조사중이며, 애리조나, 텍사스, 미시간, 뉴햄프셔 주에서 심의중인 다른 법안도 지켜보고 있다.
이들 법안은 투표자 신분증 검사를 강화하고, 투표자 등록을 더욱 어렵게 만들며, 등록 유권자 명단을 자주 폐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결국 유색인종 유권자의 투표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토마스 A. 사엔즈 멕시코계 미국인 법적변호교육재단(MALDEF) 회장은 “이들 규제조치 대다수는 근거조차 없는 유권자 사기를 핑계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엔즈 회장은 “정치인이 권력을 유지하고 싶은데 라티노 커뮤니티의 지지를 받기는 힘든 경우 이들은 라티노 유권자의 투표를 억압하는 쪽을 택한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네바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라티노 유권자의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표심은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또한 아시아계 미국인, 아프리카계 미국인 및 소수민족 유권자들도 유례없이 늘어나고 있다.
현재 텍사스주에서는 라티노가 전체 인구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센서스 인구조사 실시 결과 텍사스주는 연방하원의원 2명을 추가로 확보했다. 지난번 선거에서 나타난 라티노 유권자 투표가 계속된다면 새로 추가된 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사엔즈 회장은 “텍사스나 남부에서 새로운 유권자들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성장하게 되면, 반드시 유권자 등록 추가 절차 등 방해공작이 나오게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1965투표권법 V조항은 연방정부의 사전허가가 없는 주정부의 선거법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연방대법원이 이 법을 위헌이라고 판결함에 따라, 젊은이, 노인, 소수민족 유권자에 대한 차별이 시작됐다. 사엔즈 회장은 라티노 유권자들의 경우 투표소에서 시민권 증명 서류를 요청하거나, 기표소에서 타인의 도움을 받을 경우 선관위원이 사진을 찍는 등의 방해를 당할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경우 유권자 신분증 제한, 이사한 곳에서 투표권 제한, 우편투표 제한 등의 투표방해를 당할 수 있다. 힐러리 O. 셸턴 전미유색인종연합(NAACP) 정책옹호담당 부회장 및 워싱턴 지부장은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에게 주정부에서 발행한 신분증을 요구하는데, 자동차가 없어 운전면허증이 없는 사람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며 “투표하러 가는데 추가비용을 내야 한다면 이것이 바로 투표세”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시민권자가 18세가 되어도 자동으로 유권자 등록을 실시하지 않는 드문 국가라고 셸턴 부회장은 지적했다. 그는 “시민권자가 18세가 되면 자동으로 병역자원 등록이 되는데, 유권자 등록이 자동으로 안되는 것은 이상하다”고 말했다. 의회는 또 전과가 있는 시민권자의 투표권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그는 “중범죄를 저지르면 징역을 마치고 만기출소해도 투표를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유권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재클린 드 레온 아메리카원주민 권리재단(NARF) 변호사에 따르면, NARF는 최근 4년간 노스 다코타 주의 유권자 신분증 법, 몬타나주의 투표용지 회수 금지법, 알래스카주의 판데믹 기간 동안 투표시 증인 동반법을 둘러싸고 법정투쟁을 벌여왔다. 블랙피트 원주민보호구역에서는 주정부가 판데믹 기간 동안 대면투표소 개설을 금지해, 주민들이 120마일 떨어진 곳으로 투표하러 가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드 레온 변호사는 “우리 단체는 100건 가까운 소송을 제기했고, 이중 90%를 승소했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대통령에 임명된 판사들도 저희들의 변론을 듣고 너무 심각하다고 판단했고, 그래서 우리가 언제나 승소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소송을 제기하면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따라서 연방의회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메리카 원주민 거주구 대다수는 투표소가 없으며, 운전면허국 및 우체국도 수백마일 이상 떨어져 있다. 드 레온 변호사는 “정부의 차별적 조치 때문에, 많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주소도 없고 우체국도 없는 콩나물시루 같은 집에서 살고 있다”며 “이들의 거주 지역은 비포장도로가 많아서 겨울에 투표하러 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연방의회에 제출된 법안은 또 장애를 지닌 유권자들이 투표소에서 제3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다양한 언어로 된 투표용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존 C. 양 아시안아메리칸정의진흥협회(AJC) 회장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투표하는데 있어 가장 큰 문제가 언어장벽이다”며 “아시아계 미국인 가운데 3분의 1이 제한된 영어구사능력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선거 때마다 투표소에서 아시안 언어 안내문이나 아시안 통역이 없어 투표가 제한되는 사례가 보고된다”며 “전국, 지역단위 선거에서 언어 지원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존 L. 루이스 선거권 발전법안은 곧 하원에 제출될 예정이며, 인민을 위한 법안은 하원을 통과하고 상원에 상정될 예정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두 법안 모두 초당파적 지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