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라배마 판결이 투표권에 미치는 영향

지난 6월 8일 연방대법원이 ‘흑인 유권자의 투표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미국 앨라배마주의 선거구 획정은 위법하다는 판결(Allen v Milliga)을 내렸다. 정치권은 이 판결로 내년 선거에서 앨라배마뿐만 아니라 조지아 등 남부 주의 판도가 바뀔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판결의 경과는 다음과 같다. 미국 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이뤄져 있는데, 상원은 무조건 각 주마다 2명, 하원은 인구비례에 따라 의석을 추가하거나 뺀다. 앨라배마주는 인구비례에 따라 지난 선거에서 7개 선거구에서 하원의원을 7명 선출했다.앨라배마 인구 가운데 백인이 67%, 흑인이 27%를 차지하므로, 인구비례로 뽑는다면 하원의원 2명은 흑인이어야 한다.

그런데 선거 결과 앨라배마 하원의원 가운데 6명이 백인 남성, 1명이 흑인 여성이었다. 그런데 왜 흑인 의석이 2명이 아니고 1명인가.
그것은 앨라배마 흑인 인구들이 지난해 선거에서 7개 선거구에 골고루 분포되지 않고, 1개 선거구에 몰아넣기(packing)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원 선거구는 주의회가 정하는데, 공화당이 장악한 앨라배마 주의회가 이런 식으로 선거구를 재조정(redistricting)한 것이다. 특정 정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이상하게 바꾸는 이른바 개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다. 이에 비영리단체 앨라배마 포워드(Alabama Forward)의 에반 밀리건(Evan Milligan) 사무총장이 “흑인의 표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앨라배마주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스튜어트 나이페(Stuart C. Naifeh

법조계는 당초 보수적인 연방대법원이 앨라배마주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놀랍게도 ‘보수파’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브랫 캐버노 대법관이 흑인 유권자 편에 서면서 ‘5대 4’라는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앨라배마주는 인구의 27%인 흑인의 표심을 반영할수 있도록 7개 선거구를 다시 획정해야 한다.

문제는 앨라배마 뿐만 아니라 조지아, 루이지애나, 텍사스 등 20개주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있따르고 있으며, 타주에서도 선거구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흑인 다수 선거구가 늘어나면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의회 장악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전미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법률변호교육재단(LDF)의 스튜어트 나이프(Stuart Naifeh) 변호사는 “보수적인 연방대법원이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에 따라 판결을 내려 놀랍고, 앨라배마 뿐만 아니라 타주 선거구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원주민의 권리 증진을 위해 헌신하는 ‘미국 원주민 권리 기금(NARF)’의 재클린 드 레온(Jacqueline De León) 변호사는 “밀리건 판결 이후 우리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며 “아메리카 원주민 커뮤니티도 인종적 게리맨더를 통해 표가 계속 희석되고 있는 현실이 조금이나마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27일(화) 케이 아이비(Kay Ivey) 앨라배마 주지사는 주 의회 선거구 지도를 다시 그리기 위한 특별 입법 회기를 열었다. 그녀의 결정은 의회 선거구 재획정 사건에서 공화당이 주도한 흑인 투표권 약화 시도를 거부하는 초당파적인 대법원 판결이 나온 후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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