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회는 노예제도와의 역사적 연관성을 해결하기 위해 10억 파운드(12억 7천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야 한다고 한 자문 패널이 월요일 밝혔다. 이는 교회가 이전에 따로 마련한 금액의 10배이다.
교회가 설립한 독립 감독 그룹(An independent oversight group established by the church)은 작년에 발표한 1억 파운드의 기금은 교회의 부와 ‘아프리카 샤텔 노예화의 도덕적 죄와 범죄’에 비해 불충분하다고 말했다. 교회의 재정 부서인 교회 위원회는 “10억 파운드 이상”이라는 목표를 포함하여 그룹의 권고를 받아들였다.
교회 위원회의 최고 경영자 가레스 모스틴은 “노예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관이나 개인도 기금 모금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기금은 성공회가 대서양 횡단 노예 무역에 연루된 역사에 대해 반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설립되었다.
성공회의 100억 파운드(127억 달러) 규모의 자산 기금을 관리하는 교회 위원회는 2019년에 법의학 회계사를 고용하여 교회 기록 보관소에서 노예 무역과 관련된 증거를 찾아냈다.
연구진은 교회의 막대한 자산이 1704년 가난한 성직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앤여왕바운티(Queen Anne’s Bounty)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앤여왕바운티는 아프리카에서 아메리카의 항구로 노예를 수송하는 독점권을 갖고 있던 남해 회사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1714년부터 1739년까지 이 회사는 최소 96회의 항해를 통해 노예 34,000명을 수송했다. 또 영국의 노예상인 에드워드 콜스턴을 비롯해 노예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개인들로부터도 기부를 받았다.
영국은 1807년 노예무역을 불법화했지만 1833년까지 자국 영토 내 노예 해방에 대한 법안을 제정하지 않았다.
영국교회를 이끄는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부끄러운 과거”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이번 권고안이 “대서양을 횡단하는 샤텔 노예제라는 끔찍한 악에 대한 다세대적 대응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감독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새 기금의 자금은 “사회적 기업가, 교육자, 의료진, 자산 관리자 및 역사가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불우한 흑인 커뮤니티에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이 약속은 노예제도의 혜택을 받은 기관이 노예의 후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일부 운동가들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했다.
감독 그룹은 또한 교회에 “아프리카 흑인들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다양한 아프리카 전통 종교 신앙 체계를 파괴하려 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감독 그룹의 의장을 맡은 로즈마리 말렛 크로이던 주교는 “많은 흑인들의 삶을 황폐화시킨 아프리카 샤텔 노예제도의 영향을 오늘날 전 세계에서 여전히 느껴지고 있다.”고 말하며 “그 어떤 돈으로도 완전히 속죄되거나 되돌릴 수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