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미국 텍사스주가 불법 이민자를 체포하고 강제 출국시킬 수 있는 법을 내년 3월부터 시행한다. 멕시코 등 중남미 밀입국자들이 급격히 늘면서 몸살을 앓다가 직권으로 이들을 돌려보낼 수 있는 주법을 제정한 것이다. 집권 민주당은 연방정부의 권한을 침해한다며 법적 다툼을 예고했다.
18일 공화당 소속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텍사스주 남부 국경지대인 브라운즈빌의 국경장벽 앞에서 지난달 주의회가 통과시킨 이민단속법 ‘SB4’에 서명했다. 이 법에 따르면 주 경찰관이나 보안관은 멕시코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미국에 온 이민자를 체포할 수 있다. 또 법원은 이들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애벗 주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를 고의적으로 방치하면서 텍사스는 스스로를 방어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 장벽을 추가 건설하고 강제 추방도 재개하는 등 이민 정책 노선을 일부 변경했지만, 여전히 불법 이민자가 늘고 있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하원의원 20여 명은 법무부에 보낸 서한에서 “이민 및 외교 정책에 대한 연방정부 권한을 침해한다”며 텍사스주를 상대로 한 소송을 촉구했다. 미국에서는 연방이민법에 따라 연방정부만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는 권한을 갖는다. 불법 이민자 문제가 내년 미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유세에서 이민자를 향해 “미국의 피를 오염시킨다”며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 9월에는 “취임하면 역사상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을 펼치겠다”고 공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