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로부터의 치유 “아픔을 행동으로 옮기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 각 주에서는 소수민족을 표적으로 삼는 증오범죄가 증가하는 추세다. 6월 9일(금) EMS가 주최한 언론 브리핑에서 최근 주된 인종갈등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1982년 디트로이트에서 발생한 친의 살인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빈센트 친 연구소’의 설립자이자, 베테랑 저널리스트인 헬렌 지아는 “이러한 증오범죄를 문서화하여 널리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중국계 미국인이었던 친은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하던 시기에 그를 일본인으로 오인한 백인 실업자 자동차 노동자 두 명에게 맞아 숨졌다. 수많은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의 판사는 가해자들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980년대에 자동차 노동자로 일했던 지아는 이 판결이 아시아계 미국인들 사이에서 ‘새로운 민권 운동’의 시작을 알렸다고 말한다.

이 사건은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과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저널리스트 헬렌 지아(Helen Zia)

‘아시아계 미국인 혐오 반대(Stop AAPI Hate)’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2년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 섬 주민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혐오 사건이 약 11,500건 발생했다고 기록했다.

지아는 “여러 커뮤니티가 함께 모여 혐오를 규탄했을 때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가 치유를 촉진했다.”며 “아시아계 미국인을 넘어 흑인, 갈색, 적색, 백인 등 모든 커뮤니티가 함께 ‘슬픔을 행동으로 옮길 때’ 변화가 일어난다.”고 확신했다.

샌프란시스코 대학의 정치 및 아프리카계 미국인 연구 교수 제임스 테일러에 따르면, 해방된 노예들이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통합’이 아닌 ‘배상’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캘리포니아 등 미국 일부 지역에서 흑인 차별 보상금(reparation) 논의가 활발하다. 흑인 차별 보상금은 말 그대로 미국에 강제로 끌려와 착취당한 노예의 후손들, 그리고 노예 해방 후에도 인종차별로 인해 인권과 재산상 손해를 입은 노예의 후손들에게 일정액의 보상금을 준다는 내용이다.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 이와 관련한 법을 통과시키고 배상금 태스크 포스를 결성해 현재 구체적 보상 방안을 논의중이다. 또한 뉴욕, 보스턴, 디트로이트, 샌프란시스코, 등 7개 지역이 이와 비슷한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흑인 차별 보상금은 사실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리간다. 흑인 노예의 딸인 칼리 하우스(Callie House)는 1915년 미국 재무부(United States Treasury)를 상대로 6800만달러를 보상하라며 소송을 걸었다.

(Johnson v. McAdoo, 45 App. D.C. 440) 남북전쟁 직후 승리한 연방정부는 패배한 남부에서 생산되는 목화에 대해 특별세를 걷어 북군 군인들의 연금으로 지급했다. 이에 대해 하우스는 “흑인 노예들이 수확한 목화 세금의 일부는 피해를 입은 흑인들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연방대법원은 하우스의 주장을 기각했지만, 그의 소송은 흑인 차별 보상금 운동의 시초로 기록된다.

제임스 테일러 교수(Professor James Lance Taylor)

샌프란시스코대(University of San Francisco) 흑인역사 교수인 제임스 테일러(James Taylor)는 “역사적으로 노예해방된 흑인들은 통합(integration) 뿐만 아니라 보상(Reparation)을 요구해왔다”며 “19세기에 흑인들이 겪었던 아픔은 2020년대에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테일러 교수는 “흑인 차별 보상금은 ‘돈 한푼 줍쇼’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한 잘못한 것을 바로잡으라(fix what you broke)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차별받고 탄압받은 인종들이 경제적 보상을 받은 사례가 있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일본계 미국인들은 1941년 2차대전 당시 집단 수용소에 감금된 데 대해, 47년이 지난 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공식 사과를 받고 1인당 2만 달러의 보상금을 받았다.

독일은 나치 정권이 저지른 유태인 학살을 반성하며, 19050년대부터 홀로코스트 희생자들에게 매년 보상금을 지급한다. 유태인 사회는 보상금 요구 위원회(Claims Conference)를 만들어 이 보상금을 생존자에게 지급하는데, 2019년까지 이 돈을 받는 유태인들이 40만명에 달한다.

그런 이유로 테일러 교수는 “샌프란시스코의 일본계 미국인과 유태인들이 흑인 보상금 운동에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아는 “시간이 모든 상처를 치유한다고 하지만 시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행동이 있어야 하고 배움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를 알아야 하고, 미래에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과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revious article미 기독교 기업 칙필레의 DEI 정책, 진보주의로의 의도적 전환
Next articleSBC, 여성 교육 목사에 대한 새들백 교회 축출 지지